뉴욕,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에 다우 225p↓

by피용익 기자
2010.05.05 05:33:50

스페인·포르투갈 재정위기 확산 우려
경제지표·기업실적 호재 희석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4일(현지시간) 거래를 급락세로 마감했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며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다우 지수는 200포인트 넘게 빠지며 1만1000포인트 선을 다시 내줬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225.06포인트(2.02%) 하락한 1만926.77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4.49포인트(2.98%) 내린 2424.25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8.66포인트(2.38%) 떨어진 1173.60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전일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자리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불거진 영향으로 하락세로 출발했다. 다우 지수는 장 출발과 함께 100포인트 넘게 밀렸다.

지난 주말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대한 1100억유로 구제금융을 합의했지만, 이것으로 재정위기 사태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그리스의 재정위기 사태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인근 국가들로 확산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며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에 타격을 줬다.

불안감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변동성 지수(VIX)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이날 18.13% 상승하며 23.85를 기록했다. 최근 주식시장에는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다우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등락한 것은 최근 6거래일 동안 5번에 달한다.

유럽 지역에 대한 우려로 유로가 달러에 대해 12개월 최저로 떨어진 영향으로 달러로 결제되는 상품 가격이 하락해 주가에 부담을 더했다. 상품 가격 하락은 지난달 중국의 구매관리자협회(PMI) 지수가 55.4를 기록, 예상과 달리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개장 직후 발표된 3월 잠정주택판매가 5개월 최고를 기록하고, 같은달 공장주문이 예상 밖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주가 하락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마스타카드, 머크, 화이자 등의 실적 개선도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 회복세와 기업 실적 개선세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이 작용하며 주요 지수는 낙폭을 급속히 확대했다. 다우 지수는 장 중 1만800포인트 선까지 밀리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결국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가운데 3개를 제외한 27개가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국채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3월 중순 이후 최저로 하락했다. 달러는 유로에 대해 1년 최고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는 달러 강세로 인해 배럴당 82달러 선으로 밀렸다.


이날 주가가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모든 업종이 약세를 기록했다. 특히 원자재, 산업, 기술 관련주들의 내림폭이 컸다. 캐터필라는 4.63%, 알코아는 4.33%, 휴렛팩커드(HP)는 3.93% 각각 떨어졌다.

전일 크게 올랐던 기술주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은 연방 반독점 당국이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는 소식에 3% 가까이 밀렸다.

오라클, 델, 마이크로소프(MS) 등 다른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도 2~4%대 하락했다.

은행주는 상원이 금융개혁법안에 대한 첫 표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나란히 떨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간, 씨티그룹이 2~3% 내렸다.



에너지주는 달러 강세에 따른 유가 하락을 반영하며 하락했다. 엑슨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는 모두 2%대 떨어졌다. 반면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태로 최근 급락했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 넘게 올랐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 중에서는 머크와 화이자가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과 긍정적인 전망에 힘입어 각각 1.53%, 2.07% 상승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인근 국가들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CDS 스프레드가 상승했다는 것은 디폴트(국가부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날 시장에서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며 CDS 스프레드를 끌어 올렸다. 스페인이 그리스에 이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앞서 지난주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다만 피치와 무디스는 스페인의 `AAA` 등급을 유지하겠다고 확인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구제금융 소문은 완전히 미친 소리"라고까지 말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마킷에 따르면, 스페인 CDS 스프레드는 전일 163베이시스포인트(bp)에서 이날 212bp로 상승했다. 스페인 부채 1000만달러를 부도에서 보호하는 데 필요한 돈이 21만2000달러에 달한다는 의미다.

포르투갈 CDS 스프레드는 284bp에서 366bp로 치솟았다. 아일랜드의 CDS는 36bp 오른 225를, 이탈리아는 16bp 뛴 158bp를 각각 나타냈다. 그리스 CDS 스프레드는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698bp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비록 주가에 호재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꾸준한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3월 잠정주택판매지수는 전월대비 5.3% 상승한 102.9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4%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5% 상승을 점쳤지만, 이같은 예상을 소폭 웃돌았다.

미국 정부는 4월 말까지 주택 구입자들에 대해 최대 80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이 혜택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이 주택구입에 대거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미국 공장들의 수주 규모가 지난 3월 예상 밖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회복세에 발맞춰 기업들이 재고를 다시 쌓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공장주문은 전월대비 1.3% 증가했다. 이로써 공장주문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로이터통신이 실시한 조사에서 0.1% 감소를 점쳤지만, 이같은 예상을 깨고 오히려 증가했다. 또 2월 공장주문은 당초 발표됐던 0.6% 증가보다 2배 이상 많은 1.3% 증가로 상향 수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