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지표개선에 랠리`..다우 2.6%↑

by지영한 기자
2009.05.05 05:29:39

잠정주택판매 예상밖 증가세..경기회복 기대감 자극
은행·상품주 급등하며 시장 반등 주도..S&P500지수 900선 탈환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4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기지표 개선이 투자심리를 북돋운 가운데 은행주가 급등세를 보이며 상승을 이끌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214.33포인트(2.61%) 상승한 8426.74를, 기술주 중심의 낙스닥 지수는 44.36포인트(2.58%) 오른 1763.56을,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29.72포인트(3.39%) 상승한 907.24를 각각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개장부터 오름세였다. 은행주와 상품관련주. 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 등이 강세로 출발한 점이 도움을 줬다.

특히 장중 3월 잠정주택판매와 건설지출 등 부동산관련 지표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드러나자, 주요 지수들은 상승폭을 크게 확대했다.

오후들어선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차단하겠다고 미국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뉴욕증시의 상승폭이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장막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뉴욕증시는 일중 최고치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부동산 관련지표들이 예상밖의 호조세를 보였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3월 잠정주택판매 지수가 84.6을 기록, 전년대비 1.1%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전월대비 3.2% 상승했다. 이같은 결과는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한다. 블룸버그통신은 3월 잠정주택판매가 전월비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잠정주택판매는 매매계약을 기준으로 집계되며 향후 주택시장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잠정주택판매는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기대감을 낳게 한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우호적인 상환여건(affordability conditions)과 8000달러의 세제혜택 등이 잠정주택판매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3월 건설지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증가세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건설지출은 전월비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초 1.5~1.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던 시장의 예측치와 다른 결과다. 주택시장 침체로 주거용 주택수요가 여전히 부진했지만 비거주용 건물과 공공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3월 건설지출이 6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오는 7일 자본 적정성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 공개를 앞두고 있는 은행주들이 급등세를 기록했다. 웰스 파고 은행이 23% 급등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9%나 상승했다. 씨티그룹도 7% 넘게 상승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날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BoA가 100억달러 이상의 증자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BoA는 FT의 보도가 사실무근이고 연준으로부터 아직 최종 숫자를 통보받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BoA의 이같은 해명에 주가는 상승폭을 크게 확대했다.



씨티그룹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현재 미국 정부에게 이의를 적극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강세를 보였다. 웰스 파고는 지난주말 워렌 버핏이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강한 수익능력`을 갖춘 은행이라고 추켜세운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상품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의 4월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구매관리자(PMI) 지수가 경기확장과 위축의 기준점인 50을 상회한 50.1를 기록한 점이 금속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했다.

금속가격 상승으로 다우 종목인 알루미늄업체 알코아가 7%에 가까운 급등세를 기록했다. 구리 및 금광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도 9% 올랐다. 캐나다업체로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광산주인 바릭 골드(Barrick Gold)도 6%대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다우 종목이자 기술주를 대표하는 인텔이 5% 이상 상승했다. 모간스탠리가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한 점이 호재가 됐다. 모간스탠리는 "향후 주문 증가 전망에 비해 시장의 이익예상치가 너무 낮다"며 투자의견 변경 사유를 설명했다.

통신사인 스프린트 넥스텔도 실적호재로 7% 넘게 상승했다. 스프린트 넥스텔의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1분기 순이익은 주당 3센트. 이는 주당 5센트의 손실을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실적이다.

여성 의류업체인 리즈 클레이본의 주가도 31%나 폭등했다. 골드만삭스가 이 회사를 `강력 매수` 리스트에 추가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의류업체인 존슨 어패럴도 실적재료로 6%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고용 및 이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까지 지원하는 것이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아니다"며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 제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다우지수는 상승폭이 주춤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우선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유예` 조항의 개편안 제안했다. 미국은 현재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현지 자회사에 재투자할 경우 이같은 이익에 대해 과세를 유예하고 있는데, 이같은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오바마는 또 일부 기업들의 경우엔 해외에서 지급한 세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대규모 세금공제를 받은 사례도 있다며, 이같은 관행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국내에서 진행되는 R&D(연구개발)에 대해선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화이자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존슨앤존슨,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 상공회의소 등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제개편`이 외국기업들에 비해 미국 기업들의 공정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