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오라, 부산으로~"

by김상욱 기자
2005.11.12 11:38:16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일정이 오늘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됩니다. 향후 10년내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중 가장 큰 규모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을 정도로 이번 회의를 개최하는 정부나 부산시의 기대는 남달라 보입니다. 각국 정상들과 대표 기업인들이 모이는 만큼 이번 회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반대급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겠지요. 이번 회의가 개최되는 부산의 분위기를 경제부 김상욱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 11일 APEC정상회의 취재차 내려온 부산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차분하다` 였습니다. 세계 21개국의 정상들이 모일 예정이고 정부 대표단, 국내외기업인과 언론 등 회의기간중 1만여명이 부산을 방문할 것이란 설명이 다소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는 평일이고, 아직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영향인가`라는 생각을 깨뜨린 것은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올라탄 택시기사분의 한마디였습니다.

그 분께서는 "뭐 그런 사람들 온다고 해도 우리같은 택시기사들한테는 별 영향없어요. 외국사람들이나 큰회사 사장님들이야 부산에 온다고 해도 정해진 차량타고 움직이고, 정해진 호텔에서 잠자고, 정해진 식당에서 밥먹고 다시 떠날텐데. 오히려 회의기간 동안 장사 못하는 노점상들은 손해가 클 걸"이라고 하시더군요.

일견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일부 노점상들은 회의기간중 영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번 회의가 부산 경제에 약 6700억원 가량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역시나 양극화 문제는 발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공식회의장인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가 위치한 해운대에 들어서자 비로소 회의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군데군데 걸려있는 현수막하며 깨끗하게 정리된 도로. 성공적인 회의개최를 위해 부산시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실제 부산시는 지난 1년6개월간 이번 회의를 준비해왔다고 하더군요. 정상회의를 위해 `누리마루`로 불리는 새로운 회의장을 만들었고 동백과 나루, 평화공원 등 3곳의 상징공원도 건설했습니다. 특히 해운대에 위치한 누리마루의 경우 역대 APEC 개최도시중 가장 아름다운 회의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정상회의전 공식행사들이 진행되는 벡스코(BEXCO)는 먼저 도착한 언론들이나 행사를 준비하는 직원들로 인해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기자회견장과 각종 전시장 등은 이번 회의의 규모를 짐작케 해줬습니다.

워낙 중요한 행사다보니 곳곳마다 경찰들이 배치돼 있어 ID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산상 오류로 인해 ID카드를 발급받지 못한 사람들이 일부 항의하는 사례도 보였습니다.



명색이 IT강국이라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인지는 몰라도 ID카드 발급절차나 과정 등에서는 미숙한 점이 없지 않아 아쉽더군요.

특히 해외에서 잇따라 테러가 발생하면서 보안당국은 초비상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지하철에서도 검문검색이 실시되고 역이나 지하철에 있는 쓰레기통은 모두 치워졌습니다. 부산시는 정상회의장과 숙소들이 몰려있는 해운대 등을 특별치안구역으로 지정, 보안단계를 높였습니다.

정상회의가 개최될 누리마루에 대한 경계는 한층 더 삼엄합니다. 누리마루 앞쪽 수영만일대는 경비구난함을 중심으로 수십척의 해경 경비정들이 경계에 나선 상태고 초고속경비정과 호버크래프트 등도 동원됐습니다. 이미 지난 31일부터 누리마루 회의장 2킬로미터 이내에는 모든 선박의 접근이 금지됐다고 하더군요.

시민들의 참여의식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000여명의 시민안전봉사대와 대학생안전봉사단이 지난달부터 지하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고 차량 홀짝제도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한 시민은 홀짝제 시행으로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연히 참여해야하는 것 아니냐. 지난 아시안게임의 경우도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회의기간중에는 아예 자동차를 놓고 다닐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걱정거리도 있습니다. 바로 이번 회의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나 시위가 예정돼있기 때문인데요. 반대단체들은 오늘 투쟁선포식을 개최하고 이후 촛불집회와 국제민중포럼 등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가장 우려되는 것은 18일로 예정된 범국민대회입니다. 범국민대회에는 쌀협상 비준안 통과를 반대하는 농민단체 들도 가세할 것으로 보여 참석자들이 대략 10만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에대해 경찰은 불법행사에 대해서는 원천봉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인데요. 자칫 경찰과 반대단체들의 충돌로 이어져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뭏든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의개최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정부나 부산시 모두 이번 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고, 또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가 무사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공적인 회의개최를 통해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그리고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해 나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 회의를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회의를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닌 부산시민, 아니 모든 국민들의 축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바로 오십시요, 부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