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폭등에 비상걸린 정부…할인지원에 예산 역대급 푼다
by김은비 기자
2024.03.07 05:00:00
비상수급안정대책반 운영하고 매일 물가 점검
"엄중한 상황…과일·채소 중심 전방위 대책"
3~4월 할인지원에 600억 투입…납품단가 할인도
할당관세 3종 추가하고 오렌지·바나나 직수입
"할인지원은 착시효과…물가 상승 부추겨" 지적도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이지은 권효중 기자] 과일 물가가 역대급으로 치솟으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다급해진 정부에서는 농축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고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유통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납품단가도 지원하는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실질적인 물가를 낮추지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1월(2.8%)에 2%대로 물가가 내려간지 한 달 만에 3%대 물가다. 농축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12.8%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생산이 감소한 사과·배 등 과일류는 41.2%나 폭등해 1991년 9월(42.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한 영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오늘부터 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즉시 가동해 품목별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는 등 가격·수급관리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과일·채소 등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매일 물가 점검·대책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첫 회의를 연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수급안정을 위해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차질없이 대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우선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고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한다. 농축산물에 230억원, 수산물에 370억원씩이다. 물가 가중치가 높아 체감도가 높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자조금을 활용한 할인행사를 지속한다. 이를 통해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최대 40~5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또 같은기간 사과·대파 등 가격이 많이 오른 13개 품목을 대상으로는 204억원을 투입해 납품단가 인하를 지원한다. 통상적으로 납품단가 지원은 대파·배추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을때만 15억원 정도 수준으로 지원했었다. 하지만 최근 워낙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유통업체의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례적으로 이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국내산 과일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대체과일 수입도 확대한다. 기존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신선과일 6종 및 냉동·가공식품 21종 외에도 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추가적으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상반기 물량이 신속히 국내 유통될 수 있도록 업체별 수입 실적 인센티브를 도입한다. 오렌지와 바나나는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 직수입을 추진해 싼 가격에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기업에 가격 인하 요청도 강화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 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식용유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들께서 납득 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원자재 가격 급등기에 지원했던 주요 식품원료 관세 인하 조치를 올해도 추가 연장하기로 한 만큼 업계도 국민 부담 완화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올해산 과일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까진 농축산 물가가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세적으로 물가가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농식품 물가는 시장 공급을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잡기가 어렵다”며 “재정을 풀어서 할인 지원을 해주는 건 가격이 저렴해보이는 착시 효과는 있지만 결국 수요를 늘려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