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1.04 05: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흉기로 피습당한 사건은 혐오의 정치가 민주주의에 테러를 가한 행위다. 경찰이 범인 김모씨로부터 살해 동기를 확인하고 행적을 추가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었다. 극한의 좌우 갈등 속에 유명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난무했던 해방 후 정국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유감스러운 것은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정치권 인사들이 쏟아내는 음모론, 배후설 주장이다. 거액의 코인 거래로 물의를 빚은 후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계획된 살인 미수에 해당하는 최악의 정치 테러”라고 썼다. 이경 전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니냐”고 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권력과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기도 전에 정부·여당에 책임을 돌리고 배후가 의심스럽다는 투로 언급한 내용들이다.
여야는 사건의 후폭풍 등 심각성을 예의주시하며 모두 입단속에 나선 상태다. 근거 없는 음모론 등이 민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다. 사건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이나 지지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음모론이 넘쳐 나고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작극설이 제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나라 전체를 혼돈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 상대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며 타도 대상으로 매도하는 비극적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자신의 발언이 민심에 미칠 영향을 모르지 않는 정치인이라면 선동과 다름없는 언사를 멈춰야 한다. 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아니면 말고”식 주장을 불쏘시개로 삼는 행위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밥 먹는 것도 불편하다”는 국민이 45%에 가까운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다면 분열, 대립을 부추기는 언동은 삼가는 게 당연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