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프리즘]국민 설득 못한 민주노총…예고된 파업 실패

by논설위원 기자
2022.12.12 06:15: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화물 연대 파업이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거부하고 기간 제한 없이 영구화하는 방안과 기존 시멘트와 컨테이너 뿐 아니라 전 품목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결국 철회하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품목 확대 없이 3년 연장안을 중재하고 나섰지만 국토교통부는 3년 연장안에 대해서도 순순히 수용할 수 없다며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 연대 파업 시작 이후 줄곧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불법 파업에 대해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시멘트 분야에 대해선 파업 직후 곧바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파업 철회 직전인 12월 8일에는 철강과 유류 운송 부문까지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했다. 운전 면허권까지 정지당할지도 모른다는 압박에다 점점 일을 못하면서 생계까지 위협을 받자 많은 노조원들이 복귀를 선택했다. 파업 기간 강경 대응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세였고 파업 세력에 대해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의 예고된 실패였다. 파업의 명분과 근거가 부족했다. 안전운임제의 필요성과 품목 확대에 대해 화물 연대 내부나 화물 기사들 사이에선 공감대가 있었는지 몰라도 국민들에겐 전적으로 그들만의 밥그릇싸움으로 비칠 수 밖에 없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고 그에 따라 파업까지 해야 한다는 명분은 더 더욱 부족했다.

노동계가 정부와 대결하는 국면에선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게 파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방문하는 주유소에 기름이 모자랄 정도로 불편함을 겪게 되는 상황이라면 파업에 대한 이해보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6~8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를 보면 ‘화물 연대 파업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본 결과 ‘우선 업무 복귀 후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71%로 압도적이었다. ‘주장을 관철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21%에 불과했다.



특히 화물 연대와 같은 직업 계층인 블루칼라층에서 ‘업무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73%로 압도적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명분 없는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였음이 분명하다. 전 국민의 불편을 자아낼 정도의 파업이라면 적어도 국민들을 설득할 파업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이익과 권익을 대변한다고 늘상 주장하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마음을 읽거나 파업이 가져올 파급 현상에 반응할 국민 여론을 살피는 데는 서툴렀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이다. 풍족한 물자에 의해 풍요와 여유가 넘치는 시대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거의 대부분이 힘든 환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특정 분야의 이익을 확보하는데 있어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좀처럼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민주노총은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의 강경 대응과 현실 경제에 더 좌우되는 민심에 불편함과 서운함을 토로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이다. 달라지고 있는 시대에 민주노총의 파업이나 시위 등 투쟁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충분한 공감대를 확보하고 무엇을 이유로 파업을 하는지 또는 집단 노동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국민들의 마음까지 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도 성취감과 승리감에 도취돼 있어선 곤란하다. 여론은 이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심은 천심이고 국민 여론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일인 만큼 정부는 지극히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