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의사들도 안타까워 해…재난의료지원단 확대할 것”[인터뷰]

by황병서 기자
2022.11.07 06:30:00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옆 무료 진료소 운영
‘재난의료지원단’ 확대·강화 구상
“붕괴·지진 등 지방서 재난 터지면 대응 어려워”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사고 난 뒤에 의사 분들에 전화가 많이 왔어요, 안타깝다고. 지원단이 마련돼 있었으면 우리가 열 명, 스무 명이라도 보내서 심폐소생술(CPR)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기만 하죠.”

지난달 30일 서울광장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 옆 의료지원센터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진료를 보고 있다.(사진=의사협회 제공)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서울광장에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가 처음 차려진 지난달 30일 현장진료소를 지켰다. 합동분향소 옆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국립중앙의료원, 긴급의료지원단이 함께 마련한 의료지원센터 진료소였다.

이 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 내부 회의를 통해 (진료소 마련을) 결정했다”며 “세월호참사 때에 조문객, 유족이 분향소에서 실신하는 경우도 있었고 트라우마를 호소한 분들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진료소엔 기초적인 신체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청진기, 혈압계와 각종 외용제와 복용제는 물론, 긴급 상황에 대비한 심장충격기와 간이베드도 비치해뒀다.

실제로 분향을 마치고 진료소를 찾는 이들은 주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태원 현장에 있었다고 토로하는 젊은 분들, 사고 현장이 담긴 SNS 장면이 계속 머리에서 아른거린다는 분들이 있었다”며 “잠이 안 온다, 무기력하고 불안하다,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등 다양한 증세를 호소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정신건강상담을 꾸준히 해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동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속적인 정신건강상담과는 별도로, 이 회장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한의사협회 내 의료지원단 역할을 확대·강화해 ‘재난의료지원단’을 운영하겠단 구상이다. 이렇듯 생각지도 못했던 압사사고와 붕괴, 지진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의료진들을 급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응하겠단 계획이다. 이 회장은 “16개 시·도별로 재난의료지원단을 만들려고 한다”며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지원단을 만들고 여기에 16개 시·도 등이 참여하는 형태로, 전라남도 지역의 경우 전남재난의료지원단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례가 일본에 있다. 지진 등 재난 발생 과정에서 전국의 병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돕는 재난의료지원단(DMAT)이 그것이다. 재난에 발생한 지역의 병원에서 부상자를 소화하지 못하면 DMAT에 소속된 인근 지역 병원 의사들이 팀으로 파견돼, 피해 지역의 거점병원을 지원하고 환자 치료와 이송을 돕는다.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전국에서 모인 DMAT가 초기에 대지진 현장에 투입돼 혼란한 의료 현장에서 환자 치료 및 중증도 분류, 이송 등을 수행함으로써 재난 현장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였다.

이 회장이 재난의료지원단의 필요성을 강조한 건 서울에 비하면 열악한 지방의 의료환경 때문이다. 지방에서 지진 등의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이 지역에 있는 소수 의료기관에서 재난구호 역할을 제때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서다. 재난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서 시·도 중심의 재난의료지원단을 만들고 소방본부 등과 현장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서울에는 의료기관이 많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잖나”라며 “충북 괴산군 같은 경우 지진이 일어나서 재난환자가 발생하면 충북의사회에서 충북재난의료지원단을 꾸려 해당 지역에 보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행정안전부, 소방청과 논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