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S&P 3000선 붕괴 점친 월가 황제…시장 '대혼란'
by김정남 기자
2022.10.11 05:57:13
뉴욕 3대 지수 4거래일 연속 하락세
9월 근원 CPI 상승세 전망…긴축 공포
다이먼 회장 "S&P 20% 추가 하락"
월가 거물 "침체, 자산에 정말 부정적"
우크라發 공포감…달러지수 113 넘어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번달 초 모처럼 나타난 랠리 분위기는 이미 식었고, 3대 지수는 모두 연중 최저치 근처까지 고꾸라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폭락했다.
1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2% 하락한 2만9202.88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5% 내린 3612.39를 기록하면서 3600선이 위태로워졌다. 연중 최저치는 지난달 30일 당시 3585.62다.
나스닥 지수는 1.04% 내린 1만542.10까지 떨어졌다. 2020년 7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 3대 지수는 장 막판으로 갈수록 투심이 버티지 못하고 낙폭을 더 키우는, 전형적인 약세장 흐름을 보였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60% 떨어졌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 압력을 받았다. 전거래일인 지난 7일 나온 고용보고서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 긴축 공포감은 시장에 만연해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5%까지 떨어지며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기록한 50년 만의 최저치(3.5%)와 비슷한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오는 13일 나오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1%로 전월(8.3%) 대비 0.2%포인트 내렸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의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6.6%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전월(6.3%)보다 높은 것이다. 가파른 긴축 가능성을 떠받치는 지표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근원물가는 인플레이션의 핵심 동력을 측정하는 것”이라며 “근원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초강경 긴축 발언은 이어졌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전미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기준금리가 내년 초 4.5%를 약간 웃돌 것”이라며 “인상기가 끝나도 당분간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연준 예상보다 훨씬 더 지속적”이라고도 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에반스 총재마저 매파에 기운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다만 “얼마나 제약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상당하다”며 “과격한 금리 인상(오버슈팅)에 따른 비용이 너무 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한동안 제약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와 함께 “연준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 주목 받았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의 경고는 증시 분위기를 더 가라앉혔다. 그는 자사의 테크스타스 컨퍼런스에서 CNBC와 만나 “미국 경제는 앞으로 6~9개월 후 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S&P 지수는 현재 레벨에서 20%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3600 초반 레벨에서 20%가 빠지면 3000선을 밑돌게 된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볼 수 없었던 레벨이다.
다이먼 회장은 그러면서 “다음 20% 폭락은 처음(올해 들어 하락한 정도인) 20%보다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회장 역시 CNBC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 경제는 침체에 근접했거나, 이미 침체의 한가운데 있다”며 “침체로 간다면 다양한 자산에 정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하는 것도 안전 선호를 부추기며 주식 투심을 떨어뜨렸다. 러시아는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와 주요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에 나섰다. 이에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113.31까지 올랐다. 초안전 자산인 달러화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채권시장은 이날 미국 ‘콜럼버스 데이’ 공휴일이어서 휴장했다.
특히 반도체주가 큰 폭 하락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하면서다. 엔비디아 주가는 3.36% 하락했다. 마이크론(-2.89%), 인텔(-2.02%), 퀄컴(-5.22%) 등도 빠졌다. 마이크로소프트(-2.13%), 아마존(-0.78%), 알파벳(구글 모회사·-0.86%) 등 빅테크 주가 역시 약세를 보였다.
유럽의 주요국 증시는 미국을 따라 덩달아 하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6포인트 소폭 내렸고(0.00%↓),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45%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6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63% 하락한 배럴당 9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