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직격탄’…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껑충’
by윤종성 기자
2022.09.29 05:10:01
하위 20% 주거·수도·광열 지출, 올해 20% 넘어
임차비·연료비 영향, 상위 20%보다 부담 2배 이상
식료품·주유비 위주 대책…“취약계층 지원 늘려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고물가 국면에서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1분위)인 저소득층의 소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상위 20%(5분위)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월세난으로 임차비 지출이 늘고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에너지가격 등이 오르면서 주거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28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득 1분위의 월평균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4만30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119만1000원)의 20.4%에 달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실제주거비(주거시설 임차비) △주택 유지·수선 △상하수도·폐기물 처리(수도요금 등) △기타 주거관련 서비스(관리비 등) △연료비(냉난방비 등)로 구성된다. 소비지출에서 해당 항목의 비중은 주거비 부담을 의미하는 ‘슈바베지수’로도 불린다.
1분위의 슈바베지수는 전체 평균(12.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5분위의 경우 올해 상반기 월평균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42만원으로 1분위보다 많았지만 높은 소득에 따라 소비지출(437만1000원) 규모도 크기 때문에 슈바베지수는 9.6%에 그쳤다. 주거비 부담이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1분위의 주거비 비중은 2019년 19.5%, 2020년 19.9%, 지난해 19.3%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20%대로 올라섰다. 원인은 고물가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마이크로 데이터를 보면 올해 1분위의 월평균 연료비는 7만7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10% 늘었다. 같은기간 소비지출 증가율(약 4.5%)보다 두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소비지출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5%로 5분위(3.0%)의 두배를 웃돌았다.
전월세 대란으로 임차비 지출 또한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지난달 101.8(2021년 6월=100)로 전월대비 0.0.9% 오르며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주거비와 달리 ‘엥겔지수’로도 불리는 식비 부담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1분위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21.0%를 기록했다. 5분위(12.5%)는 물론 전체 평균(14.6%)을 크게 웃돌지만 2020년(22.3%)와 지난해(22.5%)보다 감소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하반기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6월까지 전년동월대비 9.6% 상승에 그쳤다가 7월과 8월에는 각각 15.7%씩 급등했다.
전체적인 고물가 국면에서 주택 관리비나 연료비 등의 지출이 더 크게 늘어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인상을 검토 중이다.
고물가 대책은 농축산물 할인쿠폰이나 곡물 할당관세(0%) 등 주로 식료품 위주로 이뤄져 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완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한 유류세 인하는 휘발유·경유 등 주유비에 국한되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월세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여전히 높고 에너지 가격은 앞으로도 변동성이 높은 편”이라며 “에너지 바우처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