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투쟁 중…전철역사서 장애인 또 숨졌다[사사건건]

by김미영 기자
2022.04.09 08:50:00

이동권운동 둘러싼 논란 가열 속 비보
유시민, 한동훈 명예훼손으로 징역 1년 구형
인천층간소음사건, CCTV에 찍힌 경찰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또 한 명의 장애인이 지하철 역사에서 숨졌습니다. 엘리베이터 설치 확대를 포함,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이동권 투쟁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는 와중에 벌어진 일입니다. 오이도역 장애인 승강기 추락사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투쟁이 끝나고, 장애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없는 세상은 언제 올까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벌어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벗어나 우왕좌왕하던 경찰관들의 모습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탄 60대 남성 A씨가 지난 7일 9호선 양천향교역 승강장에 내린 뒤 개찰구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뒤로 넘어져 추락해 숨졌습니다. A씨가 이용한 에스컬레이터 인근에는 엘리베이터 1대가 정상 작동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A씨는 왜 안전한 엘리베이터 아닌 에스컬레이터를 탔을까요. 조심스럽지만, 엘리베이터가 붐볐을 가능성을 가정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단체 등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이용률은 노약자와 장애인이 6 대 1 정도라고 합니다. 전동휠체어를 탄 A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수월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엘리베이터는 요새 노인분들이 더 많이 이용하고, 한 번 왔다 갔다 하는 데도 오래 걸린다. (장애인이 타면) 바쁘신 분들은 매우 짜증낸다”고 말합니다.

급하더라도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없게끔 차단봉이 설치돼있었다면 A씨도 위험을 무릅쓰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르진 못했을 겁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9호선 모든 역사의 에스컬레이터 앞에 휠체어 진입을 막을 차단봉을 설치키로 했습니다. 차단봉 설치는 현재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라는데, ‘권장’은 인명사고가 나야만 따르는 게 아닙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장애인권리예산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한 제2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삭발 투쟁 결의식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에서 열렸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삭발을 하기 전 발언하는 가운데 한 장애인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20대 대선 결과가 영향을 끼쳤는진 알 수 없습니다. 검찰은 윤석열 당선인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징역1년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사건은 2019년 말로 거슬러갑니다. 유 전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계좌를 들여다봤고, 내 개인계좌도 들여다봤을 것“이라고 주장했지요. 이듬해 7월엔 라디오방송에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검사장 이름을 거론했습니다.

검찰은 유 전 이사장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이러한 발언을 했고, 이 발언으로 한 검사장 명예가 훼손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유 전 이사장이 피해자인 한 검사장에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았다고 구형 이유를 댔습니다.

유 전 이사장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그는 최후 변론에서 “이동재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의 녹취록에 저랑 관련된 내용이 많아 굉장히 모욕감을 느꼈다”며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한동훈의 이름을 올린 게 징역 1년을 살아야 할 범죄인가”라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법원 선고는 6월 9일에 내려집니다.

테이저건과 삼단봉 등으로 무장한 경찰 두 명이 층간소음 문제로 흉기를 휘두른 범인을 잡으러 가지 않고, 현장을 떠납니다. 남녀 경찰관 둘은 사건이 벌어진 다세대주택 현관 바깥에서 한동안 머뭇댄 뒤에야 무기를 꺼내들고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지난해 11월 벌어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사건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피해자 가족과 대리인은 이 영상을 공개하며 그간 경찰에서 내놨던 해명들이 ‘거짓’이라고 했습니다. 영상에서 피해자 남편인 유모씨는 남경 박모 경위와 함께 건물 내에서 대화를 나누다 1층 현관으로 내려오는 여경 김모 순경의 상황 묘사를 듣고 급하게 계단을 뛰어오릅니다. 반면 박 경위는 김 순경을 잡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유씨가 먼저 건물로 뛰어들어갔고, 두 경찰관은 곧바로 현관문이 닫혀 현장에 가지 못했다던 기존의 경찰 해명과 다릅니다.

피해자 측은 ‘정신적 충격으로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김 순경의 해명도 거짓이라고 했습니다. 김 순경이 유씨와 박 경위에 범인의 동작을 자세히 묘사해 전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측은 김 순경이 착용하고 있던 보디캠(body cam)에 이 사건 영상이 없는 데 대해서도 “고의로 삭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김 순경은 “용량이 꽉 차 녹화 안됐다”고 했지요.

피해자 유씨는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이 사건으로 뇌를 다친 아내는 한두 살 정도의 어린애 뇌가 됐고, 20대 딸은 성형수술을 15번 이상 받아야 한다”고 절규했습니다. 경찰이 이 가족에 해야 할 일은 거짓 해명 아닌 통절한 사과일 겁니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피해자 가족이 범행 현장이 뛰어올라갔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가담하지 않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사진=피해자 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