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병' 아내, '뇌병변' 남편 살해…징역 2년6월 확정

by한광범 기자
2021.12.10 06:00:00

말다툼 끝에 목졸라 살해…자녀·남편형제 선처 호소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뇌병변으로 쓰러진 남편을 10년 넘게 간병하던 여성이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이 여성은 자녀들과 남편 형제들의 선처 호소로 양형 기준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07년 남편 B씨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병변 2급 장애를 진단받고 혼자 거동이 불가능해지자 집에서 남편을 간병했다. 직장에 다니던 A씨는 남편의 병세가 심해지자 결국 간병을 위해 2017년 4월부턴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했다.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던 시기에 A씨는 ‘매일 새벽에 기도하자’는 남편의 요구에 피로감이 더욱 가중됐다.

검찰은 이 같은 상황에서 A씨에 대해 “2017년 12월 간병 스트레스로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행을 가한 후, 다음날 또다시 새벽기도 문제로 말타툼을 하게 되자 이에 격분해 남편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수사 과정과 법정에서 사망 전날 남편을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B씨의 사망원인을 질식사로 단정하기도 어렵고 A씨가 B씨 사망 후 적극적으로 응급처치를 했던 점 등을 근거로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B씨 사망 당시 A씨와 단둘이 있었고, B씨에게서 자연사 징후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아닌 제3자가 피해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10년간 피해자를 간병했더라도 방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피해자 형이나 동생이 선처를 원하고 있고, 자녀도 차별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권고형 기준(징역 4년∼6년)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