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당 한 목소리 “내년 가상자산 과세 유예해야”
by이후섭 기자
2021.11.04 04:00:00
민주당,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 토론회 개최
“유예 관련 정부가 확실히 입장 정리해야”…대선 공약 가능성도
무형자산 전제부터 잘못돼…개인간거래는 손 놓고 방치?
취득가액 산정기준 미비…“투자자 보호 전담기구 신설이 먼저”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위원, 가상자산TF 단장인 유동수 의원까지 나서 기획재정부가 가상자산 1년 유예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개인간거래(P2P)에 대한 준비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를 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가상자산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무작정 과세에 나섰다가는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물어야 하는 허점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식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 가상자산TF와 함께 3일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호 없는 과세 또한 있을 수 없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대해 더이상 논란을 만들지 말고 정부가 확실히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 의원은 최근 민주연구원인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5%가 가상자산에 이미 투자했거나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54%로 즉시 과세해야 한다는 응답(42%) 보다 12%포인트나 높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늦추라며 기재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5월 가상자산 과세 문제에 대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대선 공약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반영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와 국세청을 강하게 비판한 김병욱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과세는 납세자의 수용성이 중요한데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며 “민주당이 앞장서 기재부를 잘 설득시켜 과세를 유예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SR) 해석위원회가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전체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무형자산에 속한 다른 자산과 가상자산을 비교하면 유사한 부분이 없다”며 “회계기준상 계약을 전제로 한다는 금융자산의 성격으로 인해 가상자산을 넣지 못한 것이라면, 금융자산의 범위를 확장해 신종 금융자산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무형자산을 전제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다 보니 가상자산에 대한 이월결손금을 이월공제 하지 않는데, 손실은 이월해주지 않으면서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금융투자소득으로 보면 주식과 같이 5000만원 수준으로 공제금액을 늘리고 이월결손금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P2P 거래는 어떻게 과세할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 오 교수는 “P2P 시장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은채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간 형평성에 크게 벗어난다”고 일침을 놨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가상자산 과세의 허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억원을 들여 국내 미상장 코인을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으로 매수하고 국내에 상장된 후 매도한다고 가정하면, 김치프리미엄과 코인간 거래 지연, 가격 급등락 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45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해도 선입선출법을 적용해 과세를 산출하면 내년에 275만원의 세금을 물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해외 거래소를 통한 구매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김치프리미엄, 매매과정 중 가격변동)의 부대비용 포함여부에 따라 필요경비가 달라져 약 100만원에 가까운 과세 금액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과세 입증책임을 전가시켜 취득가액 입증이 어려운 경우 `0원`으로 처리해버리는 것은 국체청의 지나친 `과세 편의주의`”라며 “과세보다는 투자자 보호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기술 이해력을 갖춘 새로운 전담기구 `디지털자산 감독원`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공정행위 점검, 기술특허 관리·지원, 디지털자산 피해 점검 및 대응,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 및 기술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게 감독원의 역할이다. 노웅래 의원도 디지털자산 감독원 설립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우선적으로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상품 조항을 가상자산으로 확대 적용해 금융자산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