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벤처] 15초 영상,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잇다

by강경록 기자
2021.03.12 05:00:00

소셜 영상 기반 OTA 플랫폼 ''트립비토즈''
익스피디아서 쌓은 경험으로 2017년 창업
초창기 최저가 호텔 확보 모델로 성장
2019년 영상기반 OTA 커머스 앱 출시
고객 이탈율 30%대로 줄여 기반 다져
2021년 거래액 1000억, 2025년 3조원 목표

영상기반 OTA플랫폼 ‘트립비토즈’ 앱 화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존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vel Agency·이하 OTA) 플랫폼은 지워지는 앱이었습니다. 트립비토즈는 고객의 스마트 폰에서 지워지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여행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지난해 2월. 이후 3개월간 약 1만명의 전체 고객에게 환불 불가상품이라도 위약금 없이 환불을 진행해 주목받은 스타트업이 있다. 영상기반 OTA 플랫폼, ‘트립비토즈’(대표 정지하)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트립비토즈의 과감한 행보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다가왔다. 소비자 친화적인 여행 플랫폼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급격한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280%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음은 물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관광벤처 ‘일자리 창출’ 부문 최우수 기업상에 이어 ‘2020년 K-스타트업’ 대회에서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둥지를 튼 ‘트립비토즈’의 정지하 대표를 최근 만나 한국형 OTA 기업의 성공사례로 거듭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정 대표가 트립비토즈를 설립한 것은 2017년. 그 첫 걸음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코넬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정 대표는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트립플래너’. 여행지 검색 대신 사람들이 올린 여행 사진을 클릭하면 곧장 해당 지역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 형식의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창업 대신 취업이었다. 경진대회에서 한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질문이 계기가 됐다.

“그 심사위원은 호텔 상품을 어떻게 하면 최저가로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물었습니다. 이 질문에 저는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죠. 당시 저는 이용자로서만 플랫폼을 고민했지,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질문을 한 사람이 익스피디아의 다라 코스로샤히 회장이었습니다.”

다라 회장과 인연은 익스피디아 취업으로 이어졌다. 그가 인사담당자를 소개해, 인터뷰를 거쳐 입사했다. 이후 정 대표는 3년간 익스피디아에서 OTA 플랫폼의 생태계 전반을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트립비토즈 창업은 익스피디아 퇴사 직후였다. 창업 당시 트립비토즈 역시 다른 글로벌 OTA처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 이에 익스피디아와 업무협약을 통해 최저가 호텔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을 도입했다. 기존 글로벌 OTA 기업의 성공모델을 복제해, 공급자를 빠르게 늘리면서 성장하겠다는 것이 초기 정 대표의 전략이었다.



“익스피디아에서의 경험을 통해 공급자를 충분히 확보하면,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창업 이후 3년간 최저가 숙박시설 확보에 집중한 이유입니다. 특히 익스피디아의 지원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익스피디아에서 초기 최저가 숙박업소 물량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우리 브랜드를 많이 알릴 수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호텔가격비교사이트인 호텔스컴바인에 가장 많이 노출된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죠. 그런 과정을 거쳐 트립비토즈 앱에서만 80여만개의 국내외 호텔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트랩비토즈 앱 서비스 화면


창업 3년차였던 2019년. OTA기업으로 걸음마를 뗀 트립비토즈는 새로운 서비스와 수익모델을 추가해 변화를 꾀했다. 현재 서비스 중인 소셜 영상 콘텐츠를 더한 영상기반의 OTA 커머스 앱이다. 고객이 직접 올린 여행 영상 콘텐츠는 다른 고객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여기에 커머스 기능을 더해 고객의 간접경험이 예약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트립비토즈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면 일반 OTA 앱과는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앱을 열면 틱톡(TiTok)처럼 15초 분량 영상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세로 방향으로 움직이면 여행지가 달라진다. 화면 구석에는 예약버튼이 있다. 마음이 드는 여행지를 먼저 고르고, 호텔 등 숙박 시설을 예약하는 방식이다. 본격적인 글로벌 OTA기업과 경쟁에서 우위를 취하기 위해 정 대표가 생각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OTA 기업은 호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며 성장했지만, 성장 모델에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트립비토즈가 선보인 여행 영상 앱은 여행객이 여행을 소비하고 공유하기까지 단계를 통합했습니다. 여행을 직접 가지 않아도 여행을 경험할 수 있고, 또 여행을 가도록 유도합니다. 단순히 호텔숙박예약 앱이 아닌 여행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대표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트립비토즈의 고객 이탈률을 현격하게 낮췄다. 기존 글로벌 OTA 기업의 고객 이탈률은 89%에 달한다. 고객 한명에게 앱을 다운로드하게 유도하는 비용은 80달러(약 9만 1000원) 정도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만, 고객 10명 중 9명은 앱을 삭제한다는 뜻이다. 트립비토즈의 고객 이탈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고객 전환율(이용자 중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트립비토즈가 7.0~7.5%에 달한다. 글로벌 OTA의 고객 전환율은 3.5~5.0% 정도. 트립비토즈가 1.5~2배 더 높다. 국내 OTA의 고객 전환율은 약 1.5%. 트립비토즈가 4~5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해 예약건수가 2019년 대비 3.5배 늘어난 5만 6644건을 기록한 배경이다.

“지난 3년이 준비기였다면, 앞으로의 3년은 도약기입니다. 앞으로 영어권과 아시아 지역에 트립비토즈의 서비스를 론칭해 글로벌 여행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연 거래액 3조원, 10년 내에는 시가 총액 3위의 글로벌 여행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