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살아나니 실적 기지개 편 부품株, 주가는 `글쎄`

by이후섭 기자
2019.11.21 01:30:00

부품업체 3분기 이익 50%↑…"현대차와 동반 성장 지속"
4분기 실적부진 우려에 주가는 침울…"저점매수 기회"
"재무구조 튼튼한 회사 선별해야…대형 부품업체 주목"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현대자동차(005380) 기아자동차(000270)의 이익 개선에 힘입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실적도 살아나고 있다. 내년에도 신차 출시로 현대·기아차의 이익 개선이 지속될 전망인 만큼 부품업체들도 낙관적인 실적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중소형 부품업체들의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어닝 쇼크` 영향과 더불어 4분기 계절적인 실적 정체 우려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중소형 자동차부품업체 47곳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8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6.4% 증가하며 4개 분기 연속 개선세를 이어갔다. 3분기 SJM(123700)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767% 급증했고, 엠에스오토텍(123040)의 이익도 221% 늘었다. 평화정공(043370) 모토닉(009680) S&T모티브(064960) 등의 이익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중소형 부품업체들은 2013년부터 꾸준히 분기 합산 영업이익 4000억원을 유지했으나,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슈가 터지고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급감하면서 부품 업체들의 합산 영업이익도 20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났다.

그러나 올 들어 현대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 8249억원으로 반등에 나섰고, 2분기에는 1조원을 회복하며 부품업체들도 실적 개선에 나섰다. 3분기 현대차가 품질비용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분의 1 수준(3785억원)에 머물렀지만, 6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제하면 3분기에도 1조원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밸류체인이 정상화되면서 중소형 부품업체들의 합산 실적도 개선됐다”며 “내년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부활로 이익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 중소형 부품업체들의 실적 회복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을 연말 출시하는데 이어 내년 GV70 등의 라인업 확대로 제네시스에서만 5000억원의 추가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최근 중소형 부품업체들의 주가 흐름은 신통찮다. 3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업체들 중 SJM이 이달 12% 넘게 올랐을 뿐 모토닉, 성우하이텍(015750) 등은 2%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 평화정공(-13.5%), 엠에스오토텍(-9.3%), S&T모티브(-8.2%) 등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3분기 실적 부진에 자동차 및 부품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만도(204320) 현대모비스(012330) 등 대형 부품업체들이 3분기 실적 개선 기대에 지난달부터 주가 상승세를 이어오다 최근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부품업체 전반적으로 침체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4분기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중소형 부품업체들의 실적이 예상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 4분기에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일회성 비용을 많이 털어버리는 경향이 있어 예상치 못한 실적 쇼크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또 완성차 업체들은 3분기에 파업이 진행돼 4분기로 물량이 이연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올해는 현대차가 무파업을 타결하면서 3분기 영업일수가 생각보다 많았기에 4분기로 넘어오는 물량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여 부품업체들의 4분기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내년에는 현대·기아차의 증익과 함께 부품업체들도 동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주가 상향 여지는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정용진 연구원은 “현대차는 3분기 일회성 비용으로 기저가 낮아 내년 증익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회성 비용을 없애고 봐도 전년대비 8~10%의 증익은 가능할 것”이라며 “4분기 계절적인 요인으로 실적이 부진해 부품업체들의 주가가 빠지면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중소형 부품업체들의 마진율이 워낙 낮아 재무구조가 부실해지고 있는 회사들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정용진 연구원은 “최근 몇년간 자동차 업황 침체로 인해 공장이나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회사들이 더러 있다”며 “부품업체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 재무구조가 튼튼한 회사들 위주로 선별해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등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부품업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형 부품업체들은 영향력 있는 신차 수주 여부에 따라 실적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김진우 연구원은 “중소형 부품업체들은 개별 요인에 의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아무래도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고 전기차 등 트렌드 대응능력을 갖춘 대형 부품업체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배터리팩, 구동모터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와 S&T모티브 외에 전기차향 납품 부품의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지는 부품업체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