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과 압박…트럼프의 '對中 양면전술'

by이준기 기자
2019.03.15 05:13:21

"협상 타결 후 합의안 서명, 할 수 있어"…수용
"좋은 거래 아니면 성사시키지 않을 것"…압박
회담, 3월말→4월말 관측…시진핑 美국빈방문?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애초 3월말로 굳혀갔던 미·중 무역담판 성격의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내달 말이나 돼야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강온양면 전술을 통한 대중(對中)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무역담판의 형식은 ‘제2차 북·미 핵담판 결렬’의 전철을 우려하는 중국 측의 이른바 ‘서명을 위한’ 정상회담 요구를 수용하되, 합의내용은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무진들이) 협상을 타결지은 뒤, 만나서 서명할 수도 있고, 아니면 거의 타결하고 나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최종 사항의 일부를 협상할 수도 있는데, 나는 후자를 선호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어느 쪽이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북·미 핵 담판장을 박차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봤던 중국 측이 ‘단순 서명’을 위한 정상회담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간 미국 측은 정상회담이 일종의 ‘마지막 터치’ 즉, 두 정상 간 최종 담판을 벌이는 장이 되길 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준용됐던 일종의 ‘톱 다운’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 측은 ‘최종 협상’이 아닌 합의문에 단순 서명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맞서왔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성격상 자칫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벼랑 끝’ 노딜(no deal)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을 거듭 드러내 왔다. 거래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무역 담판의 판도 언제든지 깰 수 있다는 식으로 중국 측을 압박했다.



대신, 합의내용에선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에게 좋은 거래가 아니라면 성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조만간 얻어야 할 것을 얻을 것”이라고도 했다. 시 주석으로부터 추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성 발언이다.

미·중 정상회담은 4월말로 연기되는 분위기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3명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양측은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러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해도, 일러야 4월 말이 돼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별장으로, 주로 ‘남부의 백악관’으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017년 4월 양 정상 간 첫 정상회담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애초 양국은 시 주석의 3월 유럽순방 직후인 27~28일께를 정상회담 시기로 최종 조율해왔다. 그러나 미국 측이 실무선에서의 최종 합의 이후로 회담을 미루자는 중국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시 주석 측은 이달 말 (계획했던) 유럽 순방에 이어 미국 방문까지 백지화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중국 측은 단지 무역협상을 체결하기 위한 정상회담이 아닌, 공식적인 국빈방문으로 진행되길 원하고 있다고 한다. 자칫 서명을 위한 단순 방문이 될 경우, 굴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춰보면, 합의 내용에선 양보를 얻어내되, 회담 형식은 중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공산이 큰 만큼, 실제로 국민방문 형태의 회담이 이뤄질 공산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