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으로 ‘홈런’…존재감 높아진 김정화 바른미래 대변인

by김미영 기자
2019.01.05 06:00:00

2012년 정치 입문…국민의당 비대위원, 수석부대변인 등 거쳐
신선하고 순발력 있는 논평으로 ‘호평’
“권한 선용해 신뢰 받는 정치인 되겠다” 포부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살벌한 ‘말의 전쟁터’인 정치권에서 톡톡 튀는 논평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여성 정치인이다. 김 대변인의 논평은 딱딱하고 메마른 사실관계 나열 후 당위적 주장을 내놓는 뻔한 언어가 아니라서 신선하다.

이렇듯 인상적인 논평을 순발력 있게 쓰게 되기까지, 그는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2012년 민주당 여성전문가로 정계에 발을 디뎌 올해 8년차 정치인인 그는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당 수석부대변인 등을 거치면서 부단히 글쓰기 훈련을 했다. 본인 글은 모두 묶음으로 만들어 곁에 두고, 때론 글의 아이디어를 얻고 때로는 수험생들의 ‘오답노트’처럼 되짚었다. 시집과 동요, 인문서적 등을 가까이 하면서 표현력과 사고력도 길렀다고 한다. 최근 탈당한 이학재 의원을 향해 곧장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를 변용한 촌평을 낼 정도의 내공은 여기서 나왔다.

김 대변인은 지난 3일 국회 본청에서 이뤄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겉멋 들지 않고 권한을 선용(善用)할 수 있는 훈련을 부지런히 해서 국민께 신뢰 받는 정치인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대변인과의 질의 응답.

-정치 입문의 계기는.

△어려울 때부터 뭐가 되어야겠단 생각보다 어떻게 살아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어릴 적에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어머니가 오남매를 키웠고, 장녀로서 고단한 엄마의 삶을 보면서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한 적이 많다. 국가, 정치란 게 국민 삶의 문제와 직결되니 정치라는 도구를 통해서 사회에 유익한 공공재 역할을 해야겠단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다.

2012년 민주당에 여성전문가로 참여했지만, 생산적인 담론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보이지 않아 우선 당 생활을 멈추고 여성정치 공부를 더 했다. 이후 사회적 기여와 공적책임을 다하는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철학에 공감하면서 새정치연합(2014년 안철수 당시 의원이 앞장서 만든 정당)에 합류하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된 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청년위원회를 하고, 여성위원회,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하면서 민주적 훈련 체득했다.

-대변인으로서 느끼는 고락은.

△깊은 사유를 통해서 글이 나올 때와 써야하기 때문에 쓸 때가 너무 다른데, 후자는 아무래도 울림이 적다. 현안이 많은 날은 깊은 사유를 할 수 없어 울림의 빈곤함을 느낀다. 김정화, 저다운 글을 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서 현안이 많아도 여유 있게 글을 써야겠단 생각을 한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균형적 시각과 언어인데, 균형 잡힌 시각과 호소력 있는 언어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또 제3당으로서 우리가 실용적 대안을 제시해도 기득권 양당은 ‘왔다갔다 한다’ ‘이중대’ 이런 말을 하니 뭔가 보여주기가 어렵더라.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게 아닌, 옳은 게 옳은 것이란 생각 하에 말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당이 대안정당이고, 우리 당에 미래가 있다고 누가 말해주면 날아갈 듯 기쁘다. 최근엔 어떤 분이 제 논평에 “정치권에서 바른 말하는 명대변인의 명논평”이란 말을 해줘서 아주 기뻤다. (웃음)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논평이 있다면.

△최근 인상적이었다고 많이 말해주는 논평이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시인의 시를 인용한 촌평이었다. 저는 압축적인 언어와 비유를 통해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고 보고, 그걸 좋아한다. 이학재 의원의 탈당에 명분 없음을 강조하고 싶었다.

다만 기회를 빌어 설명하자면, 촌평 속 껍데기는 이 의원이 맞지만 ‘알맹이는 두고 가라’의 알맹이는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가리킨 게 아니다.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지켜오고 지켜갈 당원, 지지자들이다. 정보위장직은 정치 도의상 내려놓고 가야 할 당연한 직책일 뿐이었잖나.

-논평 준비는 어떻게.



△민감하게 사회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는 건 당연하고, 압축적 키워드를 사용해서 글쓰기를 연습한다. 대안은 없는지 뒤바꿔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고민해서 압축적 키워드로 써본다.

아울러 정치를 하려면 자신과 타인, 시대에 대한 이해능력이 탁월해야 한다고 본다. 이 능력은 한순간에 생기지 않으니 사회, 인문, 철학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이다. 시집과 광고, 동요 이런 것도 수시로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전 비대위원, 부대변인 발언자료, 논평도 책으로 묶어서 수시로 본다. 예전엔 이 정도밖에 안됐네 반성도 하고 잘된 글이 있으면 변용해봐야겠단 아이디어를 얻는다.

- ‘대변인 김정화’를 넘어 ‘정치인 김정화’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민주적 훈련을 바탕으로 해서 권한을 선용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게 훈련을 부지런히 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한다. 민주적 훈련이 안된 분들이 정치인이 되면 국민에 군림하려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 권한을 선용하지 않으면 피해는 온전히 국민 몫이 된다.

또 ‘김정화가 얘기하는 건 말 그대로일 거야’라고 신뢰를 주는 정치인 되고 싶다. 정치인의 말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말들을 많이 듣는다. 왜 정치인이 솔직히 이야기할 거란 신뢰를 주지 못하나. 신뢰가 결핍되면 공감력, 연대도 결핍될 수 있다. 신뢰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원내외 인사들의 연쇄 탈당에 당이 어수선한데.

△당이 만들어지고 어렵지 않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 늘 위기 상황이었던 것 같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어렵게 만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려도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먼저 당이 누구의 이익과 열정을 정확히 대변하는지, 어떤 고민을 갖고 어떤 대안을 내는지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또 지도부만이 아닌 당원의 열정과 노력에 의존하고 당원의 기대와 참여를 집합적 에너지로 모을 수 있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 특히 우리 당이 청년대변인도 뽑았지만, 훈련된 정치인이 미래 정치를 담당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준다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나.

-손학규 현 대표,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손 전 대표의 단식을 보면서, 처음으로 정치하면서 부끄럽단 생각을 했다. 주변에서 건강 걱정을 많이 하니 손 전 대표께서 “단식은 내 몸을 상하게 해서 타인을 각성하게 하는 것인데, 몸이 상하는 건 당연하지. 걱정 말라”고 말씀하시는데 얼굴을 못 들겠더라. 내 몸을 상하게 할 만한 의지, 인식이 있나 부끄러웠다. 살신성인이고 솔선수범하는 손 대표에 비하면 나는 너무 멀었다.

안 전 대표는 공적 책임을 다하고 사회적 기여를 하는 분이다. 공적 심성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분이다. 테크닉은 투박하지만 강직·정직하고, 사회에 유익한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과거에도 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계신다.

하지만 정치하면서 너무 소진됐다. 6년 정치하면서 ‘쉼’이 없었다. 쉼이란 공간 속에서 본인이 보지 못하고 놓친 것 살펴볼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쉼’에 집중하고 정치와 절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이 안 전 대표가 냈던 정책들을 원할 때,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새해 인사를.

△지인들에게 쓰는 말인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표현을 ‘더할 나위 없다’고도 하잖나. 국민 모두 더할 나위 없는 2019년이 됐으면 좋겠다. 저는 더할 나위 없는 정치로 보답하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