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낼 법인세 10조 넘어 사상 최대
by양희동 기자
2018.01.29 05:01:44
세율 인상 없이 전년比 3배 늘어
재계 "사업 잘되면 저절로 증세"
세율 22%→25% 고정비 증가 우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우리나라 양대 반도체 회사가 낼 지난해 국내 법인세가 10조원 이상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에 선제적 투자를 지속해온 두 회사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세율 인상 없이도 전년 대비 세금을 3배 이상을 내게 된 것이다. 올해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상향돼 두 회사의 세 부담은 최대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17년 한해 국내 법인세는 각각 7조 8000억원, 2조 7000억원에 달해 총 10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두 회사가 낼 법인세 규모는 우리 국민 5000만명 모두에게 21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천문학적 액수다. 2016년엔 두 회사가 국내 법인세로 3조 4520억원(삼성전자 3조 1453억·SK하이닉스 3067억원)을 냈지만, 불과 1년 만에 세금을 3배 이상 더 내게 됐다. 이는 두 회사가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2016년 16조 8000억원 선에서 2017년 49조원 안팎으로 약 3배 늘어난데 따른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국내 법인세가 5조 4780억원으로 오는 31일로 예정된 실적 발표 이후 정확한 금액이 나올 전망이다. 2016년 3조 1453억원을 국내 법인세로 냈던 삼성전자는 2017년 7억 8000억원(추정치)을 세금으로 내 전년 대비 14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국내외 법인세는 총액은 13조 4300억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60% 가량을 한국에서 내게 된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국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선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작년 한해 전체 법인세 지출이 2조 797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국내 법인세 비중은 약 98%에 달해 2조 7000억원 이상을 한국에서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 연속 실적 신기록 행진을 펼친 SK하이닉스는 전년도 국내 법인세(3067억원)의 9배에 달하는 세금을 더 내게 됐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과거 매각과 인수 등의 과정을 거치며 적자 시기가 길어 법인세도 불과 3년 전인 2014년 3분기부터 내기 시작했다”며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사업이 잘 돼 막대한 수익을 거두니 자연히 세금도 많이 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정부가 올해부터 과세표준 구간 3000억원 이상 초(超)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인상하면서 세 부담 증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들은 업황 호조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부정적 시장 전망 속에서도, 장치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시설투자와 운전 자금을 그대로 집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법인세 인상에 따른 추가 고정 지출 증가가 기업 투자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다자간 전화회의)에서 주주 배당금 인상폭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규모 증가와 매출 증대로 인한 운전자금 급증, 법인세 증가 등을 고려해 1주당 배당금은 전년 대비 67% 올린 1000원으로 결정했다”며 법인세 증가를 배당액 책정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법인세율 인상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비로 46조 2000억원(반도체 29조 5000억원, 디스플레이 14조 1000억원)을 지출했고, 올해도 전년 이상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하반기 청주 M15공장 건설과 중국 우시 공장 증설을 마무리 짓기 위해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는 이들 기업의 보유 현금 감소로 이어져 투자비 활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등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세금을 올린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기업들의 세 부담을 늘리는 것보다는 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 등으로 사업이 잘 되게 돕는 것이 세수 확보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