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부 무용론’ 나오도록 교육부는 뭐 했나

by논설 위원
2016.10.12 06:00:00

학교생활기록부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지경에 이른 것은 공교육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심각한 사태다. 학생부가 대학입학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학생부 조작이 횡행한다면 공정 경쟁에 의한 우수 학생 선발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고교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고친 건수는 28만 1548건으로 연말까지 30만건을 훌쩍 넘길 게 확실시된다. 고교 학생부 정정은 2013년 25만 1495건, 2014년 27만 8985건, 2015년 29만 6170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며칠 전 안 의원이 교육청 감사에서 최근 4년간 전국 371개 고교에서 조작·오류에 의한 학생부 정정 419건이 적발됐다고 폭로하자 대번에 ‘빙산의 일각’이란 반응이 쏟아지더니 이번 자료로 그러한 개연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대구의 한 학교에서 동아리 지도교사가 학생 30명의 기록을 멋대로 바꾼 사례에서 보듯이 1건에 수십명씩 연루된 사례가 적지 않아 교육청 감사 결과만으로도 수천, 수만명의 학생부에 조작·오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년제 대학의 수시 비중은 사상 처음 70%를 넘어섰고, 그중 85%는 학생부 위주로 전형한다. 내년에는 학생부에 기록되는 동아리, 봉사, 교내 활동 등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서울대의 경우 약 80%로 올라가는 등 전국 대학에서 비중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젠 대학입시의 대세로 자리 잡은 학생부가 자식이나 제자의 명문대 진학에 목을 맨 부모와 교사들의 탐욕으로 얼룩진대서야 ‘공교육 무용론’이 만연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잘 키워낸 인재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공교육마저 무너져선 안 된다. 무엇보다 학생부 조작은 매우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 당국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제도적 개선에 즉시 나설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국처럼 담당 교사의 추천서 하나가 다른 상장이나 자격증보다 더 권위를 인정받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학교와 학부모, 교사, 학생이 혼연일체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