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6.02.04 06:00:00
기재부·금융위 성과연봉제 확대 방침에 공기업 술렁
''철밥통 깨기'' 취지인데 공기업-공무원 형평성 논란
공기업 ''이르면 6월까지 직원 70%'' Vs 공무원 ''내년까지 관리직만 15%''
전문가들 "개혁 주체가 꽁무니 빼면 개혁 실패"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이르면 6월까지 성과연봉제를 공기업에서 일하는 일반 직원에도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공기업 내부에서는 “공기업 군기는 잡으면서 훨씬 더 철밥통인 공무원 개혁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성과주의’ 도입 취지로 발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6곳의 2급 이상 간부(7%)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4급 직원(70%)까지 확대한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도 내년부터 산업·기업은행 등 9개 금융공기업 전직원(최하위 직급 제외)에 성과연봉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당장 올해부터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공기업 직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A 공기업 차장(3급)은 “줄세우기식 평가가 우려되지만 대주주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들 순 없다”면서도 “‘체질개선’ 취지라는 유 부총리 말씀처럼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왜 기획재정부 공무원부터 적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B 공기업 관계자는 “일 똑바로 하지 않는 공공기관 철밥통을 깨겠다는 게 성과연봉제 확대의 핵심”이라며 “민간인 신분인 공기업 직원보다 훨씬 더 철밥통인 공무원부터 적용해 효과를 보면 더 쉽게 민간으로 확산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공무원과 공기업·준정부기관 간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규모에서 격차는 컸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기업 30곳은 올해 상반기, 준정부기관 86곳은 연말까지 도입해야 한다. 적용대상은 임직원 7%에서 70%(12만명)로 늘어난다. 성과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기업은 20~30% 수준으로, 같은 직급이라도 저성과자와 고성과자 간 연봉 차이가 많게는 2000만원 이상 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가직 공무원의 경우 내년까지 전체 9급 중 중간관리자격인 일반직 5급(사무관)까지만 성과연봉제가 도입된다. 도입 시 적용대상은 4.5%(6650명)에서 15.4%(2만2600명)로 늘어나는데 그친다. 성과연봉 비중은 8~15%로 공기업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인사혁신처·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국가·지방직 6급 이하 일반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 계획은 현재 없다.
앞서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에도 공무원은 뒤로 빠져 있었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 것을 계기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지난해 12월 대상 공공기관(313곳) 모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공무원 관련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는 논의조차 안 됐다. 지난해 업무보고에 포함됐던 공무원 관련 임금피크제 내용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사라졌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육아휴직·연가 등 각종 복지제도는 공직에 먼저 적용하고 달갑지 않은 제도는 미루는 현 공직사회 모습은 선진국에서 볼 수 없는 행태”라며 “개혁 주체가 스스로의 개혁을 뒷전으로 할 경우 성과연봉제 개혁도 힘들고 공정성·실효성 논란에 갈등만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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