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관광 위기이자 기회"
by강경록 기자
2016.01.11 06:06:10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신년인터뷰
- 위기관리 매뉴얼 준비
''메르스'' 교훈…''위기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인식
- 한·중·일 관광벨트 조성
2018년 평창·2020년 도쿄·2022년 베이징
2년 간격 메가스포츠이벤트 최대 활용
- 올해 창조관광사업 5년차<...
|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2018년 평창부터 2020년 도쿄, 2022년 베이징까지 한 대륙에서 2년 간격으로 동계·하계올핌픽 등 메가스포츠이벤트가 열리는 건 처음”이라며 “한·중·일 관광벨트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강조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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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지난해 한국관광업계는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하고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예상치 못한 악재였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파장은 엄청났다.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는 위기를 맞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관광업계는 크게 두 가지를 깨달았다. 상상도 못한 위기에 대응하는 데 체계적인 인프라나 매뉴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또 지나치게 중국인 관광객(유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
정창수(59)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취임한 것은 바로 그 즈음. 전년 대비 외국인 관광객이 40% 넘게 급감하던 지난해 8월이었다. 당장 정 사장에게 떨어진 주요 과제는 메르스의 충격을 극복하는 일이었다. 당시를 돌아보며 정 사장은 “‘위기는 반드시 막을 수 있다’가 아닌 ‘위기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인식으로 위기대응을 넘어 위기관리를 핵심으로 한 관광위기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일까.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로 사실상 취임 후 처음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정 사장은 유독 ‘위기’를 강조했다. 메르스 탓만은 아니다. 올해는 한국관광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앞으로 3년간 이어질 ‘한국방문의 해’ 사업을 시작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관광산업에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정 사장을 서울 중구 무교동 한국관광공사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위기이자 기회인 까닭은.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2020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또 2022년에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같은 대륙에서 차례로 열린다. 한 대륙에서 2년 간격으로 메가스포츠이벤트가 열리는 경우는 처음이다. 한·중·일 관광벨트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관광벨트에서 한국이 제외된다면.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베이징과 상하이를 보고 도쿄로 건너가게 만들면 안 된다. 이 기회에 우리가 모든 수용태세를 업그레이드해 한국에서 가장 오래 머물게 해야 한다.
△관광공사 사장으로 임용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관광은 곧 경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사회·경제적 가치산업이다. 또한 자원부족으로 성장에서 소외된 낙후지역을 일으키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여기에 숙박·교통·음식·쇼핑 등 관련 산업은 핵심 서비스산업이면서 고용·통상 등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상당한 효과를 창출한다. 취임 후에 가장 먼저 공사의 전략과 조직을 재정비한 이유다. 관광산업 일자리 창출기능 강화, 미래성장동력 발굴, 지역밀착형으로 지속가능한 관광 활성화, 외래관광객 유치기능 강화 등 4대 핵심과제를 토대로 했다.”
△한국관광시장에서 유커가 얼마나 중요한 건가.
“2014년 612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았다. 이미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43%에 달했다. 그해 유커는 1인당 평균 2095달러(약 251만원)를 쓰고 갔다. 전체 평균 1605달러(약 192만원)를 넘긴 액수다. 이들로 인한 국내 생산유발 효과는 18조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가가치유발도 9조 1000억원이다. 일자리도 늘어난다. 33만 5000명이 취업할 수 있고, 17만 6000명이 고용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유커가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사진=김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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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관광산업 약진이 놀랍다.
“최근 일본의 관광산업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일본은 어려운 경제를 관광산업으로 이겨내려고 한다. 바탕에는 엔저가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집권한 이후 엔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사전면세점, 비자완화제도 등 각종 정책도 쏟아냈다. 탄탄한 관광인프라가 한몫을 했다. 1970년대 다나카 총리는 항만·철도·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를 개발해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만들었다. 1980년대 나카소네 총리는 내수진작을 위해 관광단지를 개발했다. 스키장 300여개, 골프장 2000여개가 그때 만들어졌다. 게다가 일본의 음식과 친절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메르스로 타격을 입기 전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는 일본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저력이 있다.”
△‘다시 찾는 한국’이란 이미지가 여전히 약하지 않나.
“무엇보다 질적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K스마일 캠페인’이 그 시작이다. 손님을 맞는 문화를 개선하자는 거다. 범국가적으로 친절문화를 확산하고 정착시키자는 것이 목적이다. 친절문화 확산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교통·숙박·음식·쇼핑 등 관광과 관련한 모든 환경을 개선해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여가면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을 곧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서울과 제주도로 관광객이 몰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사실 서울과 제주는 관광지로선 포화상태다. 이제는 각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관광공사는 이에 지역광역본부제를 처음 도입하고 지자체·RTO(지역관광공사)와 더불어 지역관광의 매력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특화상품 개발, 관광스토리텔링 콘텐츠 발굴, 지역축제와 이벤트 지원, 음식테마거리 지원 등을 한다. 도시재생사업을 중심으로 지역협력도 끌어낼 계획이다. 지방의 유휴시설, 혐오시설을 문화예술과 접목해 활용하거나 낙후한 시장을 글로벌 전통시장으로 활성화하는 일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관광공사가 할 구체적인 일은.
“지난해 4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지원단 TFT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담조직인 ‘평창올림픽지원센터’를 신설했다. 겨울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올림픽 특구(평창·강릉·정선)를 테마코스로 발굴하고 홍보하는 일을 집중적으로 할 예정이다. 또 음식·쇼핑·숙박·교통·안내 등 5대 관광요소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을 거다.”
|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사진=김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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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관광사업이 5년차에 접어든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추진할 건가.
“2012년부터 관광미래를 열어갈 다양한 융·복합 관광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키워온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창조관광육성펀드’ ‘기금 특별융자 지원제도’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까지 마련했다. 올해는 창조관광기업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특화한 협업사업을 찾아내고 지원할 계획이다. 우수한 창조관광기업을 중국의 여행업체에 소개하는 트래블마트도 열어 중국시장 진출을 함께 모색할 예정이다.”
△임기 동안 역점을 둘 사업은.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을 최대한 유치하는 데 전력을 쏟을 거다. 더불어 국내관광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한국인이 안 사는 제품은 외국인에게도 안 팔린다는 논리다. ICT와 관광을 접목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을 관광하는 75%가 개별관광객이다. 이들에게 쇼핑·숙박·음식 등 관광접점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매력을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ICT관광융합서비스다. 특히 유커를 대대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맞춤형 관광상품을 만드는 일에 주력할 것이다.”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1957년 강원 강릉 출생. 서울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영국 런던정경대 대학원에서 수학한 뒤 경희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디딘 후 1990년까지 총무처와 강원도 등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이후 1991년부터 20여년간 국토교통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 초빙교수(2011), 경희대 관광대학원 객원교수(2011)를 지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