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약산업 전망 下]'내년은 글로벌 진출 원년'..R&D성과 쏟아진다

by천승현 기자
2015.12.21 07:00:00

국산신약 해외 성과 본격화 전망
셀트리온·녹십자·동아에스티 등 미국 시장 도전
LG생과·보령제약 등 간판신약 해외 매출 본격 발생
한미약품, 기술수출 신약 개발 현황도 관심
R&D 투자 급증한 업체들 해외 성과 가시화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업계는 내년에는 본격적인 연구개발(R&D) 성과가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판도 재편이 이뤄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성공사례와 같이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늘린 업체들을 중심으로 해외 성과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는 제약사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068270)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미국 데뷔가 임박했다.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레미케이드’의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만 남겨두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4년 8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 램시마 허가를 신청했고 내년 상반기 시판 승인이 유력하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당초 올해 미국 승인이 예상됐지만 미국에서 허가하는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이유로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3년 8월 승인받은 유럽에서는 허가 검토에 1년 5개월 소요됐다. 미국은 바이오시밀러 승인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산도스의 ‘작시오’가 FDA로부터 최초의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받으면서 램시마의 승인도 청신호가 켜졌다.

램시마의 미국 승인이 이뤄지면 대부분의 선진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사실상 해외 진출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셈이다. 램시마는 현재 유럽, 일본, 남미 등 70개국에서 허가받은 상태다.

글로벌제약사 화이자가 셀트리온의 수출 파트너 호스피라를 인수하면서 램시마의 북미, 유럽 판권을 갖고 있다는 점도 셀트리온 입장에선 호재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럽 등에서 램시마가 아무 걸림돌 없이 허가받은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시판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녹십자(006280)는 간판 혈액제제의 미국 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달 미국 FDA에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허가를 신청, 이르면 내년 말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녹십자의 간판 혈액분획제제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 시장과 중남미 및 중동에서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기업 중에서도 미국에 혈액분획제제의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십자는 북미 생산거점으로 캐나다에 약 1870억원을 투입해 혈액분획제제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미국시장 진출을 고대해왔다. 현지법인을 통해 원료혈장을 공급받을 수 있는 혈액원을 총 8곳 설립했다. 녹십자가 세계 4번째로 개발한 ‘4가 독감백신’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의 입찰을 통한 해외무대 데뷔가 예상된다.

LG생명과학 ‘제미글로’
LG생명과학(068870)의 당뇨신약 ‘제미글로’도 내년 활약상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미글로의 해외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국산신약 19호로 허가받은 제미글로는 지난해까지 사노피 등을 통해 105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현지 등록절차를 거쳐 인도, 중남미 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생명과학이 국내기술로는 처음 개발에 성공한 5가 액상혼합백신 ‘유펜타’도 글로벌 임상을 완료하며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펜타는 5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면서 치사율이 높은 5개 질병(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간염,뇌수막염)을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백신이다. 전 세계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를 받은 업체가 6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동아에스티(170900)의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의 시장 안착 여부도 관심이다. 2007년 1월 미국 트리어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수출했다. 이후 큐비스트가 트리어스를 인수했고, 큐비스트는 머크에 인수되면서 현재 미국과 유럽 판권은 머크가 보유 중이다. 올해 6월에는 시벡스트로가 유럽 관문도 통과했다. 동아에스티는 시벡스트로 매출의 3~5%를 판매로열티로 받는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와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도 기대주다.

대웅제약(069620)의 자체개발한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는 북미, 남미, 아시아 등 60여개국과 나보타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 유럽 등에서 내년 완료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남미 3개국과 태국에서는 이미 시판승인을 받은 상태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도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예열을 마치고 점유율을 끌어올릴 태세다. 카나브는 멕시코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약 5% 점유율로 순항 중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1년부터 러시아,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 등 총 30여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128940)이 기술수출한 신약의 개발 경과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한미약품은 올해 6건의 기술수출로 계약금으로만 7000억원 이상 확보했다. 6건 모두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8조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받을 수 있는데 개발 단계가 진전될 때마다 단계별 기술수출료(마일스톤)를 받기로 해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된다면 내년 수천억원대의 수출료 유입이 예상된다.

최근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들의 공통점은 과감한 R&D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제약사들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까지 한미약품이 가장 많은 1221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매출 대비 21.4%에 달하는 규모다.

LG생명과학, 동아에스티, 종근당(185750), 일동제약(000230) 등이 매출의 10% 이상을 R&D 부문에 투자했다. 일동제약과 종근당의 경우 3분기 누계 R&D 비용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41.2%, 33.9% 늘리며 적극적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B형간염신약을 비롯해 복합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종근당은 해외에서 고도비만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등 신약 제약사 위용을 갖춰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위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내수 시장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미약품의 사례처럼 축적된 R&D 역량에 따라 시장 판도가 빠른 속도로 재편될 전망이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