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 두 얼굴..중소형 '훈풍' 중대형 '냉풍'

by양희동 기자
2014.11.19 06:00:00

전세난에 중소형 경쟁 치열
낙찰가율 92% ''연중 최고''
중대형은 투자수요 위축
낙찰가율 전월비 6%포인트 급락

[이데일리 양희동 김성훈 기자] 지난 5일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양천구 목동 롯데캐슬위너 전용면적 156.25㎡형 아파트 한 채가 두 번 유찰 후 경매에 부쳐졌다. 목동은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9·1 부동산 대책의 최대 수혜지로 떠오르며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이 수천만원씩 뛰었던 곳이다. 하지만 경매 결과 감정가(9억7300만원)의 70% 선에도 못 미치는 6억5299만원에 강모씨가 낙찰받았다.

반면 하루 앞선 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1회 유찰 뒤 경매 진행된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남가좌2차 전용 84.81㎡형 아파트의 경우 무려 48명이 응찰해 감정가(4억2000만원)를 훌쩍 뛰어넘은 4억5510만원에 낙찰됐다.

분양가 상한제 완화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 등 부동산시장 관련 핵심 법안들이 국회에 발이 묶이면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 열기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5년 1개월만에 90%를 넘었던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이달 들어 86%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가 몰린 중소형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오히려 상승하며 투자 수요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8일 부동산경매 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법원에서 경매된 전용 85㎡ 이하 서울 중소형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2.1%로 전달(91.67%)보다 0.43%포인트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낙찰가율은 83.53%로 전달(89.55%)보다 6.02%포인트나 급락했다. 입찰 경쟁률을 나타내는 평균 응찰자 수도 이달 현재 중소형 아파트는 물건당 10.4명으로 전달(8.1명)보다 2명 이상 늘었지만, 중대형은 4.6명으로 전달(5.5명)보다 1명가량 줄었다. 경기도와 인천 역시 중소형 아파트의 이달 경매 낙찰가율은 92.12%와 91.61%로 모두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서울북부지법에서 한 번 유찰된 후 경매에 나온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전용 49.5㎡형 아파트는 27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감정가(2억1000만원)보다 비싼 2억2122만원(낙찰가율 101.06%)에 낙찰됐다. 또 12일 인천지법에서 한차례 유찰 뒤 경매에 부쳐진 인천 서구 검암동 풍림아이원2차 전용 84.93㎡형 아파트는 11명의 응찰자를 제치고 감정가(2억4500만원)보다 높은 2억4550만원을 써낸 이모씨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최근 경매시장 전체는 위축되고 있지만 전세난 속에 중소형 아파트의 낙찰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시세 이상으로 낙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경매는 권리관계 확인과 명도(거주자를 내보내는 것) 등 매매보다 절차가 복잡해 낙찰가가 실거래가를 넘어서면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9·1 부동산 대책 효과로 투자 수요가 몰리던 중대형 아파트는 이달 들어 경매시장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분당신도시 등 대책 호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호1차 전용 140.79㎡형 아파트는 한번 유찰돼 이달 6일 서울중앙지법 경매에 나왔다. 주요 강남권 재건축 단지였지만 결과는 감정가(9억3000만원)의 80% 선인 최저입찰가(7억4400만원)을 간신히 넘긴 7억52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도 2명이 그쳤다. 또 성남지원에서 17일 경매 진행된 분당신도시 이매동 아름마을 두산 전용 158.4㎡형 아파트도 두번 유찰 끝에 감정가(7억28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이상 낮은 5억7230만원(낙찰가율 78.61%)에 팔렸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지난달까지 경매시장에서 꾸준히 동반 상승하던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가 이달 들어 투자 수요의 거품이 빠지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며 “중대형 아파트는 당분간 관망세가 유지되겠지만 실수요가 탄탄한 중소형은 내년 봄 이사철까지 경매 열기를 내뿜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