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영재 기자
2014.11.10 06:30:01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김치는 우리 고유 발효식품이자 대한민국 밥상 제1의 반찬이다. 채소를 오래 보관해 먹기 위한 절임 음식으로 시작된 김치는 양념을 버무리고 숙성시키는 우리만의 발효과학 식품으로 변신했고 김장은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행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9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김치는 지역마다, 계절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 다양하게 변신해 그 종류만 300가지가 넘는다. 기후와 지역 등에 따라 팔도팔색의 다채로운 맛을 담은 김치가 있으며 주재료로 채소뿐 아니라 수산물이나 육류를 이용한 독특한 김치도 있고, 같은 김치도 사람에 따라 특별한 김치로 재탄생된다.
◇ 서울·경기 ‘깍두기, 보쌈김치’..충청, 김치를 짠지라 불러
서울, 경기 지방은 밭농사와 논농사가 고루 발달해 풍부한 재료로 다양한 김치를 즐겼다. 국물이 많거나 뻑뻑하거나,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서해의 해산물과 동쪽 산간지방 산채가 어우러져 맛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통배추 김치, 장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총각김치, 나박김치, 보쌈김치 등이 유명하다.
강원지역은 산악지역과 해안 지역의 환경이 달라 두 지역의 특색 있는 재료를 모두 이용한 김치가 존재한다. 태백산맥 줄기 산악지역에서는 갓으로 김치를 담그고, 동해안 지역은 싱싱한 명태와 오징어를 넣은 김치를 즐긴다. 배추김치에도 생오징어채와 말린 생태조각이 들어가며, 해물김치와 창란젓 깍두기, 서거리김치 등이 전통 김치다.
충청지역은 다양한 곡식과 채소, 서해안의 해산물이 풍부하나 양념을 적게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김치를 ‘짠지’라고 해 배추짠지, 무짠지라 부르기도 한다. 양념을 적게 넣어 시원한 맛의 총각김치와 굴 섞박지, 열무김치, 가지 김치 등이 대표적이다.
◇ 전라도 ‘고들빼기, 갓김치’..경상도 ‘깻잎 김치, 우엉김치’
전라도는 다른 지방보다 풍부한 곡식과 해산물, 산채를 이용해 음식이 매우 호화롭다. 기후가 따뜻해 변질을 막기 위해 맵고 짠 편이지만 찹쌀풀을 넣어 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배추 포기김치, 고들빼기김치, 갓김치, 전라 반지, 나주 동치미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경상도는 바다의 어장과 남부의 기름진 농토에서 얻어지는 풍부한 농수산물을 이용하며 맵고 세게 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말랭이 김치, 깻잎 김치, 콩잎 김치, 우엉김치, 부추김치 등이 유명하다.
제주도는 겨울철에도 싱싱한 채소가 생산돼 김치 종류는 적으나 지역 특성을 반영한 특이한 김치들이 존재한다. 음력 정월에 밭에 남아 있던 배추로 담그는 동지 김치와 톳으로 담그는 김치, 여름 김치인 양배추 포기김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북지역에는 산악지대인 함경도의 맵지만 짜지 않은 김치와 평야가 넓은 평안도의 풍부한 김치 등이 존재한다. 함경도는 채칼 김치, 무청 김치, 대구깍두기 등이, 평안도는 동치미, 지름 섞박지, 백김치 등이 있다.
이밖에 종가에서는 독특한 비법으로 만든 특별한 김치가 전해오며 김치를 담그고 먹는 일도 수행이라 여기는 사찰에서는 마늘과 파, 부추 등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 특별한 김치도 있다. 합천 해인사의 상추 불뚝 김치, 경주 불국사의 연근 김치, 양산 통도사의 가죽 김치, 김제 금산사의 돌미나리 김치 등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