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부동산계급]교육때문에 이목때문에..가게 쪼들려도 '강남에 둥지'

by신상건 기자
2014.10.07 06:00:00

3억 이하 아파트 3.8% 차지..전세는 20.6% 기록
3.3㎡당 매매가격, 압구정동 ''최고'' 거여동 ''최저''
"인지도, 교육여건, 재건축 기대감 등에 못떠나"

△이데일리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부동산114와 공동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강남권에 상대적인 서민층으로 볼 수 있는 3억원 이하(하위 70%) 아파트 비중은 전체(26만 2646가구)의 3.8%(9676가구)를 차지했다. 전셋값 3억원 이하 아파트는 총 5만 3810가구로 전체(26만 1315가구)의 20.6%였다. 서울 삼성동에서 남산 방향으로 내려다보이는 강남구 일대의 모습. [사진: 뉴시스]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1.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천모(48) 부장은 요즘 들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바로 집 문제 때문이다. 그는 15년 전 20년 (원금·이자) 만기 상환으로 2억 5000만원을 대출 받아 강남권에 3억원 짜리 아파트를 장만했다. 당시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내가 전업주부로 돌아선 뒤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두 자녀를 두고 있는데다 경기 침체로 회사까지 어려워지자 생활비와 대출 이자 갚기도 빠듯해졌다. 집 규모를 줄여 이사를 하자니 아이들의 교육이 걸리고 계속 살자니 생활비가 부담돼 주름살만 깊어지고 있다.

2. 올해 직장에 취직한 김모 (26·여) 사원은 깔끔한 외모와 말 주변 덕에 주변 사람들에게 커리어우먼으로 불린다.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그녀는 직장과 멀지 않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출퇴근이 편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주소지 때문이다. 지방 출신인 그녀는 꼭 서울 강남권의 주소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감수해야 할 고통도 만만치 않다. 월세가 가장 싼 곳으로 집을 구했지만 한 달에 내야 할 금액은 120만원. 160만원의 월급을 받는 그녀로서는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하기가 빠듯하지만 집을 옮길 생각은 없다.

우리나라 상류층이 몰려 있는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구) 안에는 또 다른 계급이 존재한다. 소득 수준 등을 따져봤을 때 살 능력이 안되는데도 강남에 사는 천모 부장과 김모 사원과 같은 일명 ‘강남 서민’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거주비 부담 등을 무릅쓰면서 강남에 머물고 있다.

이데일리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부동산114와 공동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강남권에 상대적인 서민층으로 볼 수 있는 3억원 이하(하위 70%) 아파트 비중은 전체(26만 2646가구)의 3.8%(9676가구)를 차지했다. 전셋값 3억원 이하 아파트는 총 5만 3810가구로 전체(26만 1315가구)의 20.6%였다.

강남권 안에서 구·동별 3.3㎡당 아파트 매매 가격도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구별 아파트 매매 가격은 강남구가 2917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서초구(2653만원), 송파구(2175만원) 순이었다. 동별로 살펴봐도 결과는 비슷했다. 3.3㎡당 아파트 매매값이 3000만원을 넘는 곳은 강남구(3곳)에 가장 많았고 서초구는 1곳, 송파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이 3593만원으로 최고가격을, 송파구 거여동이 1365만원으로 최저가격을 기록했다.

두 동 사이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두 배 이상 벌어져 있는 만큼 주민의 평균 소득 역시 격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즉 강남권에서도 송파구, 송파구 안에서도 거여동에 강남권의 상대적 서민층이 많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사는 집의 가격에 따라 그 사람의 소득 수준을 대충 알 수 있다”며 “강남권 안에서도 사는 동네에 따라 부를 가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 강남 차량 번호판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노력했듯이 단지 보여주기 위해 강남에 일부러 돈을 주고 주소를 옮기는 사람들도 꽤 있다” 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강남권에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인지도’가 그 답이다. 강남은 상류층 저명인사나 연예인 등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2011년 한양대학교에서 발표한 한 연구 논문을 보면 정치인·고급공무원 등 상류층 저명인사(표본 8662명)의 50.5%(4377명)가 강남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주요 인사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의 절반이 강남권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강남 속 서민 중에는 이들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함으로써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학군 역시 이들을 강남권에 머무르게 하는 이유다. 강남권에는 교육특구’ 8학군이 형성돼 있다. 학교정보공시사이트 학교알리미의 2014년 전국 초·중학교 전출입 비율분석에 따르면 강남 8학군이 형성돼 있는 강남구의 경우 전입비율이 8.9%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8.2%), 양천구(6.6%)가 뒤를 이었다. 전국 전입학생 비율이 6.4%, 서울이 5.2%인 점을 고려할 때 비교적 높은 수치다.

여기에다 서울시 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폐지 움직임으로 8학군이 재조명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 값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말 3.3㎡당 평균 3200만원대에 일반 분양한 래미안 대치 청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대략 3000만~1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자율형사립고가 폐지되면 학생 거주지에 따라 학교를 배정할 가능성이 커져 8학군의 인기가 높아질 수 있다”며 “학군 수요가 대치동으로 몰려 이 지역이 수혜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 역시 이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정부는 9·1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강남권이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서울에서 1987년부터 1990년 사이에 준공한 24만 8000가구 중 강남 3구가 3만 7000가구로 서울시 전체의 14.9%를 차지하고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성북동이나 평창동 등 강북 부촌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룡마을 등 강남에도 상대적인 서민촌은 있다”며 “교육과 입지 등 여러 조건을 따져봤을 때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강북보다 강남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