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4.09.22 07:01: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토교통부가 이달 초 새 보도계획 하나를 알려왔다. 주택 매매 및 전·월세 거래량을 9월 첫째 주부터 매주마다 공표하겠다는 것이다. 월간 단위로만 공개되던 것을 시기를 앞당겨 국민에게 발 빠른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 수립에도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하루 만에 취소됐다. 자료의 ‘신뢰성’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보류의 이유다. 국토부 내부적으로는 이 계획을 완전히 접었다고 한다. 주택 거래 동향을 속보로 알리겠다던, 세계에서 그 전례를 찾기 힘든 청사진이 백지화된 것이다.
사실 국내 부동산 통계 자료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택 거래량이 대표적이다. 7~8월에 매매 계약서를 썼지만 9월에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부가 매매 계약일이 아닌 신고일(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을 기준으로 거래 건수를 집계해 벌어진 일이다.
일례로 국토부가 공개한 4월 주택 거래량의 70%는 2~3월에 계약된 것이다. 가격의 선행 지표여야 할 거래량이 되레 집값을 뒤따르기 일쑤다. 당연히 정부가 내놓는 각종 부동산 대책의 효과도 검증하기 어렵다.
전·월세 거래량은 정확성이 더 떨어진다. 임대차 계약서에 받는 확정일자 일을 기준으로 거래량을 집계하기 때문이다. 확정일자는 언제까지 받아야 한다는 정해진 기한이 없다. 보증금이 적거나 아예 없는 월세 거주자는 안 받는 경우도 많아 정부 통계에선 전·월세 계약을 새로 맺은 세 집 중 한 집 이상이 투명인간이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실거래가가 아닌 중개업자 말을 받아적은 한국감정원의 주택 시세와 건설사의 자발적인 신고에만 의존하는 미분양 아파트 현황, 삼성전자가 산 땅을 외국인 보유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는 이유로 외국이 보유한 토지로 집계하는 낡은 시스템까지, 부동산 통계는 곳곳이 구멍이다.
국토부가 최근 35종의 통계를 재정비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부실한 통계를 바탕으로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는 법이다. 정부는 시장을 교란하는 못 믿을 통계들부터 바로 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