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3.12.23 07: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지난달 말 출간돼 경제 분야에서 드물게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책이다. 내용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집으로 돈 버는 시기는 지났다. 정부와 개인 모두 집값 급락에 대비해야 한다.”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을 다룬 책이 많이 읽힌다는 건, 그만큼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심리가 짙다는 방증이다.
우울한 소식이 하나 더 있다. 미국이 2008년 이후 5년만에 통화 팽창 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내년 1월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월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외국인들의 투자 회수로 인해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는 시한폭탄이다. ‘대출 금리 인상→하우스푸어의 빚 상환 부담 및 경매 주택 증가→부동산 시장 침체’는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가진 장기적인 밑그림이다. 올 초 출범한 정부가 벌써 세 차례 부동산 시장 부양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절박함은 이해한다. 집 한 채가 유일한 자산이요 연금이며 복지·안전망인 사람들이 넘쳐나는 우리나라에서 집값 하락을 팔짱 끼고 관망할 수 있는 배짱 좋은 정부는 없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통용될까. 정부가 시장 부양에 초점을 맞춘 사이 부동산 시장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가계 부채 문제는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
일례로 정부가 제공하는 초저리 주택담보대출인 공유형 모기지 사업은 내년도 예산 2조원이 투입돼 1만5000여가구에게 제공된다. 반면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 리츠 사업은 일부 규제 완화를 거쳐 내년도 1000가구를 지원하는 데 그친다.
가계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를 우리 사회의 대표적 불안 요인이다. 최근에는 집주인의 빚 부담이 전세 자금 대출을 매개로 세입자에게 옮아간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노후 복지를 개인 자산에만 의존하는 현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빚내길 부추겨 집값을 올려야 하는 위태로운 악순환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돈 잔치가 당분간 이어진다고 안도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가계 부채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부동산을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는 새 사회적 안전망을 고민할 때다. 정부는 늘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