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대웅 기자
2013.11.08 07:04:00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스팩(SPAC)은 현 정부의 국정 목표인 창조경제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해 상생의 경제 환경을 구축한다는 취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를 비롯해 관련업계, 금융당국 등이 스팩 2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스팩 시장은 지난 2010년 3월 대우증권그린코리아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이후 대부분의 중대형 증권사가 스팩 시장에 뛰어들며 기대를 높였다. 선진 금융시장에선 이미 보편화된 제도였던지라 국내에서도 기업 상장의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2개 스팩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된 3곳은 모두 상장폐지됐고 코스닥 내 스팩도 작년까지는 합병 성사가 가물에 콩나듯 했다. 그나마 힘겹게 합병 상장에 성공한 경우에도 주가 흐름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자연히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권에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스폰서 역할을 해야 할 증권사도 감을 잡지 못했다. 과도한 자본 규모 설정으로 합병대상 기업의 범위를 한정시키는가 하면, 발기인과의 호흡도 잘 맞추지 못했다. 스팩에 대한 저변 확대를 이루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제도상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비상장사 가치 측정 시 적용되던 까다로운 규정이 한층 간소화됐다. 금융당국에서 회계법인에게 상당 부분 재량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상장 기한 막바지에 잇따라 합병 선언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기한이 임박해 오니 진행을 서두른 탓도 있겠으나, 절차 간소화는 한시라도 빠른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들로서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기 때문이다.
또 스팩의 합리적인 규모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커졌다. 1기 스팩 가운데는 공모 규모가 300억원을 넘어가는 곳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합병 대상 기업의 범위가 한정돼 이들 가운데 한 곳도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2기 스팩은 150억원 내외의 공모금액으로 산정해 1기에 비해 매우 슬림한 사이즈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스팩 출범 시 선진국의 사례를 상당 부분 벤치마킹했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시장 이해도가 다소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며 “3년 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2기 스팩 시장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