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도 환경도 톱?' 판교 입주기업 "질투나네"

by정병묵 기자
2013.10.30 07:00:01

[기획]판교가 뜬다②

[판교=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올해 판교에 입주한 한 게임사는 최근 외부인에게 구내식당 이용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가격 대비 식단이 너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심시간마다 다른 회사 직원들로 붐볐기 때문. 정작 자사 직원들이 식사시간에 줄을 길게 서야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카페테리아를 겸한 이 식당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맛 있는 메뉴로 판교의 명소로 소문나기도 했다.

약 3만5000명. 테헤란로 등지에 밀집해 있던 정보기술( IT) 업체들이 속속 판교로 들어서며 판교밸리 고유의 문화도 형성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이 주축이 된 IT 기업들이 쾌적한 동네로 입소문이 나 판교를 찾아 오는 ‘관광객’들까지 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 관계자는 “2년 전에는 건물만 즐비했지 휑한 느낌이 컸는데, 기업이 속속 입주하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며 “직원 평균연령이 낮다 보니 우후죽순 늘어난 카페들도 판교의 또 다른 볼 거리”라고 말했다.

실제 판교밸리 동쪽으로 카페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다. 회사마다 카페테리아를 기본으로 구비하고 있지만 젊은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 커피와 휴식을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의 IT 개발자들끼리 비공식적으로 카페에서 만나 정보를 나누는 모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의 한 직원은 “삼성동 사옥의 경우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밀집지역에 있는 데다 자동차 매연도 상당했다”며 “판교로 이주해 출퇴근이 약간 멀어졌지만 한적한 대학 캠퍼스를 다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쾌적한 환경뿐만 아니라 회사마다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독특한 문화는 빽빽한 서울 지역 오피스 타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도서관, 피트니스 센터, 수면실은 기본이다. 야근이 잦은 IT 업종 특성상 회사마다 직원 ‘힐링’ 프로그램이 필수다.

안랩은 지난 6월 마사지실과 심리상담실을 열었다. PC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직원들은 6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서 수시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직장 내 갈등 및 연애문제 등을 전문 심리상담사들을 만나 해결하는 이들도 많다.

NHN엔터테인먼트(181710)는 아예 히노끼 원목으로 지은 ‘힐링존’을 꾸며 양호실, 수유실, 캡슐 수면실, 심지어 뇌파연구실까지 뒀다. 1층 내부에 천장에도 매달 수 있는 자전거 보관소를 뒀으며 전담 수리기사도 상주시켰다. 2200명의 직원이 대거 옮겨 게임 업체 이주의 정점을 찍었던 엔씨소프트는 ‘사내 병원’까지 뒀다. 내과, 외과 소아과, 신경외과 등 7개 분야의 진료실을 설치해 판교 안에서도 주변 기업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사내 복지가 좋은 편이었던 IT 업종들이 밀집해 있다 보니 경쟁적으로 더 좋은 복지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판교테크노밸리지원본부 측은 “입주기업들에 별도의 세제 혜택은 없지만 분양받을 때 거의 감정가 수준으로 매매가 이뤄져 기업들이 사옥 구입비용을 많이 아꼈을 것”이라며 “IT, SW, 게임 등 최첨단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과거 휑했던 판교에 ‘여유’와 ‘복지’라는 고유의 문화가 생기고 있다”며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