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위원 기자
2013.08.23 07:00:00
새누리당과 정부가 그제 내놓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방안의 골자는 중산층 이하의 전기요금 부담은 줄이면서 전력 과소비 가정에는 더 높은 누진요금을 물리고 전기요금에 석유, 석탄 등 연료가격 변동 분을 반영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법률 개정이 필요 없는 이 방안은 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더 다듬어 이르면 10월쯤 시행할 예정이다.
올 여름에는 원전 3기가 동시에 멈춰서 예비전력이 위험수준까지 내려간 바람에 온 국민이 절전하느라 무더위 속에 냉방기 사용을 자제하며 고생했다. 그 덕분에 다행히 전력대란은 피할 수 있었지만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절전 소동을 더 이상 겪지 않으려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넘어 전기사용 관행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전기는 주로 석유, 석탄, 가스 등을 태워서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50∼60%의 열손실이 일어나므로 단위 열량 당 전기 가격이 석유, 석탄 등보다 비싸야 맞다. 그런데 가정용 전기요금과 원유가격을 열량 기준으로 비교하면(2009년) 일본은 전기가 원유의 307.5%, 미국은 181.3%, 영국은 303.4%,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213.3%에 이르지만 한국은 59.9%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전기 수요가 갈수록 늘지 않을 수 없다. 석유나 석탄을 때는 것보다 전기 난방이 싸게 먹히니 전기를 펑펑 쓰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근년 들어 석유 값이 크게 올랐지만 국내 전기요금 인상은 억제해 왔다. 무조건 값싸게 공급하는 전기가 마냥 좋은 것인지 검토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 전기 값이 싸서 다국적 기업 유치에 유리한 점은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데이터센터를 굳이 바다 건너 경남 김해에 지은 것도 한국의 전기 값이 싸서였다.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공장을 지은 일본 화학업체 도레이는 “탄소섬유는 전력이 많이 필요한데 한국은 일본보다 전기요금이 절반, 중국보다 30∼40%가량 싸다”고 밝힌 바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에너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극복하고 조력(潮力), 풍력(風力),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석유, 석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빨리 줄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