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2.10.19 07:00:00
대선을 앞둔 각 정당들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증세의 불가피성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엊그제 부가가치세 인상 필요가 있다며 운을 띄웠고 문재인 후보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주장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측도 일찌감치 ‘보편적 증세’를 제안했다.
정치권은 그동안 각종 장밋빛 복지공약을 남발하면서도 재원마련 계획에 대해선 불분명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4월 총선때만해도 연간 15조원(새누리당)~33조원(민주통합당)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지만 세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현실을 호도했다.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증세논쟁을 기피한 셈이다. 각 캠프가 뒤늦게나마 ‘복지공약=증세’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증세의 공론화에 나선 점은 다행이다.
문제는 방법이다.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9%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중 하위권에 속하고 조세부담률에 국민연금· 의료보험료 등을 합친 국민부담률도 25%대에 그쳐 OECD 평균수준을 크게 밑돈다. 전반적인 증세의 공간은 넓은 편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소 복잡해진다. 근로소득자의 상위 20%가 근로소득세의 95%를 내는 반면 하위소득자39%는 면세 계층으로 과세 대상이 아니다. 자영업자의 41%가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다수의 국민이 세금을 안 내면서 고소득층에게만 세금을 더 매기는 것도 옳은 방법은 아니다. OECD 국가 평균보다 더 많이 걷고 있는 재산세나 법인세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도 부담이다. 전체 세수의 4분의 1에 달하는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가난한 계층에 상대적으로 더 부담을 지우는 역진성의 폐해를 고려해야 한다.
결국 복지를 위해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려면 무조건적인 증세가 아닌 세제개혁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이 우선이다. ‘낮은 세율-넓은 세원’의 기준에 따라 저소득층도 적은 액수나마 세금을 내는 국민 개세(皆稅)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비과세감면제도의 경우 대기업이나 특정계층만 혜택을 누리는 문제점도 고쳐야 한다. 경제규모의 30%에 가까운 지하경제를 줄이기 위해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세원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 탈세자들에 대한 정보를 정부 부처가 원활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