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2.07.09 07:00:41
한국 노인의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국회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도리어 국민연금 재원이 바닥날 우려가 있으니 연금 지급 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한심한 소리나 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6일 우리나라 65세 이상 여성 노인의 소득 빈곤율(중위소득 수준의 50% 이하 비율)이 47.2%로 OECD 주요 30개국 평균 15.2%를 크게 웃돌면서 가장 높다고 밝혔다. 노인 남성의 소득 빈곤율은 41.8%로 11.1%인 OECD 평균보다 4배 가까이 높다. 가난한 노인이 목숨을 끊어 한국은 세계에서 노인 자살률 1위란 치욕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2010년 기준 29.3%로 노인 10명중 3명이 일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와 독일이 1~4%선인 것과 비교해 크게 높다. 외국에서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여유 있는 노년을 보내지만 한국에서는 생계를 위해 70세까지 일해야 한다.
(선진국의 3배인 치욕적 노인 빈곤율)
가난한 노년은 현재 젊은 층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옥같은 가난이 노후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절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국민연금 재원이 2053년까지 고갈될 전망이어서 연금 수급 연령을 67세로 늦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현행 국민연금요율을 9%에서 2025년까지 12.9%로 올리면서 현재 60세인 수급연령을 내년부터 2년마다 한 살씩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원이 모자라 이런 제안을 한 배경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기 퇴직이 일반화되어 있다. 더욱이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는 50대 중반 이전에 이루어져 연금 수급 때까지 길게는 10년까지 실질적으로 수입 공백기에 들어선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 수급연령을 더 늦춰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제언이다.
(재정 투입으로 연금 지급시기 앞당겨야)
국민연금은 복지적인 측면과 함께 경제적으로 소비를 받쳐주는 기능도 있다. 정부나 국회는 재원이 부족하니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보험요율을 장기적으로 올리되 연금에 투입하는 재정을 우선 과감히 늘려야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이나 부자들에 대한 비과세와 감면액을 줄이면 된다. 노인문제의 절박한 상황에서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낮추는 것이 나은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