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지표 개선에 다우 8일째 상승

by피용익 기자
2010.03.19 05:32:32

고용·제조업지표 등 개선에 블루칩 상승
달러 강세에 원자재·에너지주 하락
장 중 재할인율 추가 인상 소문 돌기도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가 18일(현지시간) 거래를 혼조세로 마감했다. 경제지표 호조로 인해 블루칩이 8거래일째 강세를 보였지만, 달러 강세에 따른 부담으로 원자재주와 에너지주가 약세를 보이며 대형주는 소폭 하락했다. 그리스 지원을 둘러싼 잡음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재할인율 추가 인상 소문도 주식 매수세를 제한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45.50포인트(0.42%) 상승한 1만779.17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9포인트(0.09%) 오른 2391.28을,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0.38포인트(0.03%) 하락한 1165.83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장 초반부터 혼조세를 나타냈다. 주요 지수가 연일 오름세를 나타내며 전일 일제히 2008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선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제지표가 일제히 호조를 보임에 따라 주가는 점차 상승세로 방향을 잡아 나아갔다. 개장 전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청구는 3주째 하락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제자리에 머물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낮춰줬다. 이어 장 중 발표된 경기선행지수가 11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필라델피아 제조업 경기가 7개월 연속 확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가늠자 역할을 하는 페덱스와 소비와 직결된 나이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점도 매수세를 일으키며 호재가 됐다.

그러나 그리스가 유럽연합(EU)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된 점은 글로벌 재정 위기 확산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고, 지수는 결국 혼조세로 되돌아 왔다.

아울러 그리스 불안감이 재차 고조되며 유로가 약세를 보인 반면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점은 에너지주 하락으로 연결되며 주요 지수에 부담을 더했다.

장 중에는 연준이 재할인율을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확산되며 은행주가 내림세를 나타냈다. 다만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은 신빙성이 없는 소문으로 받아들여 주식시장 전반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고, 오히려 장 막판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다우 지수는 상승폭을 확대했다.

결국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가운데 21개가 상승한 반면 9개가 하락했다. 보잉과 3M이 가장 많이 올랐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알코아가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한편 국채는 경제지표 호조로 인한 안전자산 매력 저하로 인해 가격이 하락했다. 달러는 그리스 지원을 둘러싼 잡음에 유로에 대해 상승했다. 국제 유가는 달러 강세를 반영하며 하락했다.


장 중 재할인율 추가 인상 소문이 확산된 영향으로 은행주가 대체로 약세를 나타냈다. BoA는 1.10% 내렸고, JP모간은 0.34% 떨어졌다. 씨티그룹은 0.74% 밀렸다.

유럽 불안감에 따른 달러 강세로 국제 상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원자재주와 에너지주는 약세를 나타냈다.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는 1.11% 하락했다.

에너지 업체 중에서는 아나다코, 체사피프, 캐봇오일 등이 모두 하락했다. 다만 셰브론과 엑슨모빌 등 대형 에너지주들은 소폭 상승했다.



경기회복 기대감과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항공주들은 주가가 엇갈렸다. 델타가 1%대 오른 반면 US에어웨이스는 1%대 내렸고,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는 소폭 상승했다.

실적 발표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전일 장 마감 후 실적 개선을 알린 나이키는 5.35% 상승했다. 개장 전 예상치를 뛰어 넘는 실적을 발표한 페덱스는 3.20% 뛰었다.

구글은 인텔, 소니와 손잡고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TV를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0.14% 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좋았다. 비록 느린 속도지만, 경제가 꾸준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며 주가를 지지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3일 마감 기준) 신규 실업수당청구는 전주대비 5000건 감소한 45만7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3주 연속 감소세라는 점에서 고용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2월 CPI는 11개월만에 상승세를 멈추며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발표됐다. CPI가 상승하지 않은 것은 지난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월 경기선행지수는 0.1% 상승하는 데 그치며 느린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며 꾸준한 회복세를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아울러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제조업지수는 18.9를 기록, 이 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7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갔음을 보여줬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EU가 1주일 내에 구체적인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IMF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EU 정상들은 오는 25~26일 열리는 정상 회담 이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이 시한이 지나면 IMF에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장-끌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이 IMF의 개입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이들은 IMF가 그리스를 지원할 경우 EU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라며 IMF의 개입을 반대해 왔다.

이와 관련,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정부는 IMF가 그리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메르켈 총리의 법률 보좌관들은 EU의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독일 헌법상 그리스에 대한 어떤 형태의 다른 지원도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