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국채금리 급등에 휘청..다우 2%↓

by지영한 기자
2009.05.28 05:20:23

뉴욕증시 급등 하루만에 하락 반전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美 경기회복 노력 희석 우려
GM 채권단 협상결렬과 FDIC의 `문제은행` 급증 발표도 부담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27일(현지시간) 급반등 하루만에 큰 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美 정부의 경기회복 노력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다 제너럴 모터스(GM) 악재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73.47포인트(2.05%) 하락한 8300.0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35포인트(1.11%) 떨어진 1731.08을,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17.27포인트(1.9%) 하락한 893.06을 각각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오전에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4월 기존주택판매가 예상보다 좋게 발표되는 등 경기지표에선 이렇다할 악재도 없었다. 

그러나 GM이 채권단과의 협상실패로 급락세를 보이며 다우지수의 발목을 잡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올 1분기 부실 가능성이 있는 `문제은행`이 급증했다고 밝히자 은행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다 미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경기회복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뉴욕증시는 오후들어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이날 국채 시장에선 국채가격이 급락(국채 수익률 상승)하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6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국채 수익률 상승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시중의 금리를 낮추려는 미 연준의 노력을 크게 희석시킬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다. 또 최근의 국채 수익률이 계속 상승하면서, 미국 정부가 국채입찰을 통해 경기부양 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



반면 은행주들은 대체로 부진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올 1분기 `문제 은행`이 작년말보다 21%나 급증했다고 밝힌 점이 금융시스템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키코프(KeyCorp)가 8%나 급락했고, US 뱅코프(U.S. Bancorp)도 5% 이상 하락했다. 다우 지수 구성종목인 JP모간체이스도 5% 떨어졌고 씨티그룹도 2% 가까이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장중 강세를 유지했지만 장막판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BoA는 이날 59억달러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 지금까지 260억달러의 자본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미국 정부가 요청한 자본확충 요구액인 339억달러의 76%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제너럴 모터스(GM)의 주가가 20%나 급락했다. 채권단의 양보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소식이 부담이 됐다.

GM은 이날 채권단과 진행해온 부채의 출자전환 협상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GM은 270억 달러의 채무를 회사 지분 10%와 전환하는 것을 채권단에 제안했지만 채권단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다음주 월요일까지 납득할만한 생존계획을 제출해야하는 GM으로선, 채권단 협상 결렬로 파산보호신청에 한발더 다가서게 됐다. NBC는 소식통을 인용, GM이 이번주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보다는 자구노력 데드라인인 다음주 월요일께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백악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GM을 존속시키기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간의 합의 작업을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언급, 극적인 반전 가능성도 전해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주가가 말해주듯 미국의 투자자들은 GM의 파산보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샌디스크가 14%나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특허사용기간이 7년간 연장돼 삼성전자로부터 상당액의 로얄티를 계속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

반도체업체인 크리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문이 예상보다 강하다며 분기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또 컴퓨터 보안업체인 시만텍이 3% 가까이 올랐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4월 기존주택판매(계절조정)는 연율 468만채를 기록해 전월(연율 455만채)보다 2.9% 증가했다.

이같은 결과는 시장의 예상치도 상회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마켓워치 등이 조사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율 466만채였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에 비해선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8000달러의 세제혜택, 여기에다 크게 떨어진 집값 등이 전월보다 주택수요를 늘렸다.

4월 기존주택판매를 주택별로 볼 경우엔 싱글하우스의 판매는 2.5% 증가한 연율 418만채를, 한국의 아파트 등 다가구 주택을 의미하는 콘도와 코압의 판매는 6.4% 늘어난 연율 50만채를 기록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문제 은행(problem bank)`이 작년 4분기 252개에서 21% 급증한 305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4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이다.

문제 은행들이 급증하면서 이들 문제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규모도 작년말 1590억달러에서 올 3월말 2220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FDIC는 현재 미국의 8246개 은행들의 예금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들중 파산 등 부실화 우려가 높은 곳을 `문제 은행`으로 지정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셰일라 베어 FDIC 총재는 "1분기 (문제 은행이 급증한) 결과는 은행 산업이 여전히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미국 국채시장에선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오후 4시8분 현재 0.168%포인트 급등(국채가격 급락)한 3.71%을 기록했다.

30년물 미국채 수익률도 0.133%포인트 상승한 4.62%를, 7년물 수익률은 0.137%포인트 오른 3.21%를, 5년물은 0.103%포인트 상승한 2.41%를 각각 기록했다.

재무부가 이날 입찰에 나선 350억달러의 규모의 5년물 미국채가 모두 팔렸지만, 향후 물량부담에 대한 우려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경기가 안정화 조짐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입찰물량이 향후 시장의 수요를 압도할 것이란 불안감이 국채가격에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