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충당금 줄어도 부담은 커진다

by원정희 기자
2009.04.01 07:28:16

구조조정관련 충당금 전 분기의 10% 수준
특별이익 기근으로 수익악화 부담은 커져

[이데일리 원정희기자] 2차 건설·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대상이 가려진 결과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는 1차 구조조정 때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었지만 체감 부담감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엔 은행별로 1000억~2000억원의 특별이익 덕분에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했지만 올 1분기엔 마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이익마저 눈에 띄지 않아 `생돈`을 들여 적립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1차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과 부실PF대출 등에 대한 충당금 적립도 여전히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2차로 건설 및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액은 약 196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은 1120억원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100억~2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105560) 자회사인 국민은행 관계자는 "C등급을 받은 6개 업체 가운데 두개 업체는 이미 1차 때 C등급으로 분류된 경남기업(000800)의 자회사"라며 "이미 C등급으로 자산분류를 해 충당금을 미리 쌓았기 때문에 추가 충당금 규모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C등급에 대해선 고정이하로 분류, 49%까지 충당금을 쌓았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100억~2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은행(024110)은 2차 평가 때 건설사 한곳을 D등급으로 분류하는데 그쳐 2차 구조조정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은 아예 100억원대 미만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에 1차 구조조정 업체들의 추가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차 구조조정 업체에 대해 충당금을 쌓았지만 1분기 들어 추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의 채무상황능력이 점점 악화돼 은행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당시 B등급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업체들이 추가 부실화되고 있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 농협이 B등급으로 평가했던 신창건설은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추가로 부실화됐다.



농협 관계자는 "사업장별로 다르지만 보통 B등급은 `정상`으로 처리해 충당금을 쌓지 않는데 신창건설이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최소 `회수의문`으로 분류해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권의 부실우려 PF대출인 2조6000억원에 대해서도 일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창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부실우려 PF대출을 모두 충당금으로 적립하진 않겠지만 통상 1조원 정도를 추가로 쌓아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나마 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크지 않아도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엔 특별이익이 한 몫했다.

대형은행 한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분의 대부분을 특별이익에서 충당할 수 있어서 그나마 부담이 덜 했는데 이번엔 이마저도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KB금융의 경우 비자마스터카드(730억원) 및 ING생명 지분매각 이익(1800억원), 여기다 부실채권정리기금 배당이익 550억원, 한국은행 지준금 이자 920억원도 있었다. 모두 합쳐 4000억원에 달했다.

부실채권정리기금 배당익과 한은 지준이자를 합쳐 신한의 경우 1700억원, 우리금융 1900억원, 하나금융 1640억원, 기업은행 66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엔 우리은행을 제외하곤 특별이익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우리은행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산센터가 있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의 땅 9900㎡를 팔기로 했다. 매각가는 약 25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40억~50억원의 골프회원권 매각과 보유 유가증권도 순차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