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에 튜브 수백개 검사’…SK이노의 AI 대전환
by김성진 기자
2024.09.29 09:00:00
24일 SK울산 CLX 방문…열교환기 검사 시연
지역 AI업체 딥아이, 비파괴검사 솔루션 개발
자체개발 설비자산 관리 시스템 오션-H 수익화
[울산=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지난 24일 찾은 SK울산 콤플렉스(울산CLX) 한쪽에서는 철제 원통형 열교환기 튜브의 손상도를 진행하는 검사가 시연되고 있었다. 지름 3mm 이하의 튜브가 촘촘히 박힌 이 열교환기 검사는 그동안 초음파를 취득한 데이터를 전문가가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숙련자의 경험, 감, 노하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데이터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추론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수적으로 뒤따랐다.
| 김기수 딥아이 대표가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설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이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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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SK이노베이션이 지역 AI기업인 딥아이(DEEP AI)와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을 활용하니 클릭 한 번에 튜브 내부의 균열, 부식, 마모 상태가 일목요연하게 펼쳐졌다. 검사 정확도는 95% 이상이며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무려 기존 방식 대비 90% 이상 단축 가능한 기술이다.
김기수 딥아이 대표는 “SK에너지에 축적된 4만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학습을 시켰다”며 “이를 통해 AI 자동평가 솔루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열교환기는 울산 CLX에만 약 7000기가 존재하는 설비로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제품 생산 시 온도 조절에 쓰이는 핵심부품이다. 이 열교환기 유무에 따라 생산공장 전체의 효율성이 좌지우지될 정도다. 문제는 정유·석유화학 설비 노후화와 혹독한 운전환경으로 인해 균열, 부식, 마모가 잦다는 데 있다. 설비 고장 원인의 약 80% 이상이 열교환기 내 튜브 손상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딥아이와 협업해 개발한 이 신기술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신기술을 사업화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지역 AI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SK그룹의 디지털 대전환 전환 전략의 일환이다. SK 울산CLX는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딥아이는 AI 기술을 적용해 이번 솔루션을 구현했다. 여기에 정부 국비과제인 ‘제조업 AI 융합 기반 조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솔루션 개발비용 등 울산광역시 지원까지 더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장 실증을 거친 후 SK 울산CLX에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이후 울산 정유·석유화학 단지로 확대하는 등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딥아이가 개발한 AI 평가 솔루션에 대해 다른 업체들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딥아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및 정유업체인 아람코와 실증사업(POC)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에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 개발한 설비자산 관리 시스템 ‘오션-H’(OCEAN-H)의 사업화도 성공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션-H는 정유·석유화학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지난 60여년간 축적된 데이터로 다양한 상황에 맞춰 활용하게 구현한 모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초 오션-H를 상업화한 후 해외 솔루션과 경쟁하며 현재까지 울산지역 정유·석유화학업체 5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약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내 환경에 맞게 구현된 시스템에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문의와 협업요청이 몰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발전, 철강, 배터리 분야 등에서도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 SK에너지 구성원이 SK이노베이션에서 자체개발한 설비자산관리 시스템 ‘OCEAN-H’를 활용해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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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관계자는 “해외업체가 개발한 솔루션은 업무 환경의 차이로 인한 편의성, 활용성, 확장성 및 높은 비용 등의 문제점이 있었으나, 이를 대폭 개선한 점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오션-H를 지속적으로 지능화, 고도화하고 있다. 스마트비계시스템, 스마트작업허가서 등 자체 개발 제품군을 확대하며 AI 기술을 접목해 편의성 및 정확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2023년 11월에는 인도 글로벌 IT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기업인 타타그룹의 TCS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서관희 SK에너지 기술·설비본부장은 “SK 울산CLX의 정유·석유화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AI 등 다양한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며 “SK 울산CLX는 국내 최초 정유공장에 이어 국내 최초 스마트플랜트 도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만큼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