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 널뛰는 날씨 일상화..촘촘한 관측망으로 정확도 높일 것"
by이영민 기자
2024.08.06 05:20:00
■만났습니다-장동언 기상청장
뉴노멀로 굳어져가는 날씨 ''불확실성''
기존의 날씨 공식 깨지는 어려움 증가
"관측·예측·소통 강화해 정확성 높일 것"
[이데일리 박기주 이영민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나 집중호우가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기상청 청사가 있는 대전과 서울을 쉴새 없이 오가고 있다. 7월부터 국내에서 날씨 예측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역별로 폭염과 폭우가 연거푸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차량에서도 소속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날씨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다는 것이 장 청장의 설명이다.
장 청장은 5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로 굳어지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며 이 같은 양상의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청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장동언 기상청장이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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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 기간 곳곳에 시간당 100㎜ 이상의 ‘물 폭탄’ 이 떨어졌다. 지난달 8일 경북 안동시와 상주시에는 하루 동안 211.2㎜와 196.1㎜ 상당의 비가 각각 쏟아졌다. 같은 달 10일 전북 군산에는 연 강수량(1246㎜)의 10%를 초과한 131.7㎜가 1시간 동안 내렸다. 이는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수 강도였다.
장 청장은 “올해 여름 시간당 100㎜ 넘는 비가 발생한 것은 총 8번으로 이례적”이라며 “유례없는 일이라 기후변화로 밖에 설명할 수 없고 이런 날씨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수 강도가 강해지는 것만큼 날씨 변동성이 커지는 특성이 관찰되고 있다”며 “지난 20일 광주 곡성지역에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뒤 곧바로 폭염특보가 발효됐듯이 폭우와 폭염이 짧은 시간에 교차하거나 좁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공간적 변동성이 심해지는 것도 기후변화를 체감하게 한다”고 했다.
폭우만큼 폭염도 심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 폭염 일수(14일)는 50년 전 같은 기간(7.9일)보다 70% 증가했다. 1973년 이후 연간 폭염이 가장 많이 발생한 2018년(31.0일)에는 질병관리청에서 온열질환감시체계를 운영한 뒤 가장 많은 48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는데, 올해 이 같은 더위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의 날씨가 점차 통상적인 날씨 관념과 기상청 통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게 장 청장의 진단이다. 그는 “기상현상은 지역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어 해당 지역의 과거 현상을 분석해 다음을 예측하는데 요즘 나타나는 매우 좁고 긴 정체전선은 전에 없던 일”이라며 “많은 국민이 7월 말과 8월 초 즈음에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이후에도 비는 언제든지 내릴 수 있다. 이젠 장마 시기에 대한 통념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장동언 기상청장이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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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대전에서 취임식을 했는데, 정체전선이 북상하면서 폭우가 우려되는 시기였다. 바로 다음날 서울로 올라왔고,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어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올해 장마 때 유례없는 강도의 비가 많았고 (비 관련) 기록을 경신한 것이 많았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당연하다. 전 세계 평균 육지 기온이 평균 1.3도 오르는 동안 우리나라는 2도가 올랐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인 기온상승 추세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는데 이게 올해 기상현상에도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싶다. 만약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30년에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말에 현재 문화와 문명이 유지될 수 있을지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동의한다. 올여름 강수현상만 봐도 시간당 100㎜ 이상이 쏟아진 횟수가 8차례다. 이것은 기후변화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고 이러한 날씨가 일상화하고 뉴노멀로 넘어가는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후 변화가 두드러진 이유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이산화탄소의 전 지구 평균 배출량이 419.3ppm이었는데 안면도에서 관측한 우리나라 배출 농도는 427.6ppm이었다. 한국과 주변국의 최근 산업 활동량은 다른 어느 곳보다 높다. 이런 상황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 상승 추세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기후와 물가의 구체적인 상관관계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기상청에서 이를 단정지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기상청은 농산물 생산량 등 산업 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상과 기후 정보를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신뢰도 높은 기후변화 과학정보의 생산과 활용을 확대해 관계기관에서 효과적인 기후 위기 대책을 마련하는 데에 기여하도록 하겠다.
△장마기간에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해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국민께서 날씨의 불확실성에 공감해주시면 좋겠다. 예보관이 최종적으로 발표하는 시나리오는 하나이지만 이 결과를 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본다. 어떤 날은 방향이 명확하지만 여러 가능성이 경합할 때도 있다. 요즘 기후변화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가능성이 여럿일 때는 안전에 더 무게를 둔다. 이것이 때때로 일상에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최대한 편의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여러 비판은 하나하나 소중하지만 변동성과 같은 상황들에 대해 이해하고 각 일상에 정보를 활용하시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일부러 과한 예보를 내는 경우는 없다.
△이번 장마에서 보았듯 집중호우는 더 강해지고 더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관측망은 더 조밀해질 필요가 있고 그런 현상을 구분해 낼 수 있도록 해상도를 높여 가겠다. 예보관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례적인 현상을 충분히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교육과 학습의 기회를 더 늘려가겠다.
△기상청의 최근 5년 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3.5%로 전 부처의 평균 증가율과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정부기관 중 다른 외청의 예산과 비교하면 기상청의 최근 5년간 예산 증가율(21%)은 최하위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동안 산림청은 31.1%, 농업진흥청은 33.4%, 특허청은 66.4%, 소방청은 40.5% 예산이 증액됐다. 특히 외국과의 비교에서도 한국의 GDP 대비 기상 투자 비율은 미국과 2.4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면서 우선 챙겨야 하는 분야에는 예산이 빠짐없이 투입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초단기와 단기 예보도 중요하지만 1개월이나 3개월 계절 전망도 농축산 분야와 산업, 전력 등의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상청은 이 분야도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 우리는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지정한 4개의 장기예보선도센터 중 한 곳을 운영하고 있다. 각국에 장기기후를 전망하는 모델프로그램이 있는데 우리에게 15개 기관의 자료를 주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전 지구 전망을 발표하고 주요 곡물생산지의 기후도 예측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생산지나 시장에서는 밀이나 다른 곡물을 생산할 때 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서 관련 예측도 늘리려고 한다.
△1965년생 △서울대 대기과학과 학사·석사·박사 졸업 △기상청 기상연구관 △수치예보개발과장 △국립기상연구소 예보연구과장△기상서비스정책과장 △기획재정담당관 △기상서비스진흥국장 △지진화산국장 △기획조정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