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3.12 05:00:00
총선 정국이 시작되자마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막말, 혐오 발언으로 구설을 자초했다. 이 대표는 최근 인천 계양을의 한 음식점에서 근처의 젊은 남성을 향해 “설마 2찍, 2찍 아니겠지”라고 말한 뒤 웃었고, 이 장면이 유튜브에서 생중계됐다. 정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와 일대일 토론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소셜미디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2분간 말할 기회를 줄 의향이 있다”면서 “그쪽은 2찍이니까”라고 말했다. 2찍은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는 의미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지지자를 조롱,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국회 제1당의 대표와 고위 당직자가 ‘갈라치기’용으로 쓰이는 비속한 표현을 쓰자 국민의힘에서는 “인종차별에 준하는 망발”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가 ‘올인’하는 총선에서 막말과 흑색선전, 혐오 발언은 선거판을 어지럽히는 대표적 병폐다. 민의를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독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선거 열기 덕에 아직껏 유권자들로부터 별다른 심판과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이번에는 당 대표 등 지도부가 막말을 주저없이 했다는 점에서 특히 더 개탄스럽다. 우리 정치의 퇴보와 추락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아서다.
갈라치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민주당 특유의 전략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러나 선거 운동 개시 전부터 이 대표가 이런 전략을 들고 나온다면 후보자들이 죽기 살기로 매달릴 선거판은 극도로 혼탁해질 우려가 크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공천을 ‘패륜, 음란, 친일’이라며 맹비난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패륜’ ‘음란’ 등의 말에서 국민들이 떠올릴 사람이 누구냐고 반박했다.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발언이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증거다.
퍼주기 공약이 재정을 위협하는 흉기라면 흑색선전과 막말은 국론을 갈라치고 사회 통합을 막는 독극물이다. 민족 감정을 자극해 주변 국가들에 대한 반대 선동을 부추기는 행위는 표심을 노려 국격에 큰 상처를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총선은 선거 문화를 확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엄중한 감시, 제재는 물론 각 당의 페어플레이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