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11.09 05:00:00
민주당이 법무부의 내년 예산안 중 마약수사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조 5474억원의 법무부 예산 중 80억 900만원이 책정된 검찰의 전체 특활비에서 마약 수사 관련비 2억 7500만원을 모두 깎겠다는 것이다. 마약 수사 특활비는 범죄자 포착을 위한 위장 거래 및 현장 근무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의 불화가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 장관에 대한 반감 여부를 떠나 민주당의 마약 수사 특활비 삭감 방침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한국은 지금 마약이 연령과 장소, 직업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고 있으며 구입 경로도 갈수록 지능화, 다양화돼 검거 및 단속에 수사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인터넷·휴대폰으로 마약을 주문해서 단 40분이면 배달받을 수 있고 온라인에서는 24시간 내내 마약 거래 흥정이 오가고 있다. 피자 한 판 값에 팔리는 마약도 있을 정도다. 올 들어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은 9월까지 1만 3933명에 달해 지난해 전체 검거자 수(1만 2387명)를 10% 이상 웃돌았다. 역대 최대다. 우리 사회가 마약 천지로 급변한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민주당의 인식은 한가하기 이를 데 없다. 연예인 마약 사건이 사회문제화하자 안민석 의원은 최근 “정권의 위기 상황에서 마약 이슈를 터뜨리는 게 우연의 일치냐”고 음모론을 폈다. 황운하 의원은 지난해 “마약 적발이 5년 사이에 불과 5배 늘어난 게 전쟁 선포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박범계 의원은 올해 4월 “검찰이 마약을 직접 수사하면 신고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할 발언들이다.
민주당이 특활비를 깎을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당이 집권한 문재인 정부 5년간 마약 적발량은 18배, 10대 마약류 사범은 4.5배 증가했다. 반면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국무조정실 마약류 대책협의회 개최 횟수는 고작 7회에 불과했다. 마약 퇴치에 미온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마약과의 전쟁엔 여야가 따로 없다. 수사비를 깎을 게 아니라 더 늘려 주며 마약 근절에 박차를 가하라고 촉구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