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무디스 美은행 등급 강등…하루 만에 약세

by김상윤 기자
2023.08.09 05:58:41

멜론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 0.6%, 1.6%↓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JP모건도 영향받아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금리인상 마지막 도달"
"예상보다 입찰 수요 강해"…10년물 금리도 4%대로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무디스의 미국 은행 신용평가등급 강등 여파로 은행 건전성 우려가 재점화 되면서 뉴욕증시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다만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재차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등 호재도 나오면서 낙폭을 줄였다.

8일 (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5% 하락한 3만5314.7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42% 떨어진 4499.33를 기록했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도 0.79% 하락한 1만3884.32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일제히 반등에 성공한 이후 다시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월스트리트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장중 한 때 18선 까지 치솟았다. 이는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반적으로 은행 리스크가 시장을 짓눌렀다. 무디스는 7일 BNY멜론은행, 스테이트 스트리트,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노던 트러스트, 쿨런·프로스트 뱅커스, U.S.뱅코프 등 6개 주요 은행을 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 올리면서 미 증시에서 전반적인 매도세가 나타났다.

이들 은행들이 △높은 자금조달 비용 △규제 자본 약화 가능성 △사무공간 수요 약화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상승 등 우려가 커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무디스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BNY멜론은행의 주가가 0.61% 하락했고 스테이트 스트리트도 1.6%하락했다.

무디스는 또 뱅크, 피나클 파이낸셜 파트너스, BOK 파이낸셜, 웹스터 파이낸셜, 피나클 파이년설 파트너스, 풀턴 파이낸셜 등 10개 중소 은행에 대해서는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또 캐피털 원 파이낸셜, 시티즌스 파이낸셜, 피프스 서드 뱅코프 등11개 은행에 대해서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트렸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의 주가도 영향을 받으며 각각 2.05%, 0.56% 하락했다. KBW 은행지수도 1.22% 떨어졌다.

미국 자산운용사 글렌메데의 투자전략책임자인 제이슨 프라이드는 “중소형 은행의 신 용등급 강등과 주요은행의 등급 강등 검토는 무디스의 은행건전성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제기”라며 “지역은행 대출은 경제의 주요 윤활유 중 하나이기 때문에 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재차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은 위안거리였다. 하커 총재는 이날 필라델피아 비즈니스 저널의 연설에서 “당분간 금리가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지금부터 9월 중순 사이 새로운 놀라운 데이터가 없다면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우리가 취한 통화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커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고 있는 인사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하커 총재는 “느리지만 확실한 디스인플레이션과 함께 경제 활동이 완만하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두가 희망하는 연착륙으로 가는 경로에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하커 총재는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려면 잠시 거기에 있어야 한다”며 “정책 금리를 즉시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 어떤 상황도 예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위성방송인 디시네트워크는 위성통신업체 에코스타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9.55% 올랐다. 에코스타 주가도 1.02% 올랐다.

당뇨병, 알츠하이머, 비만치료제 등을 만드는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 발표와 연간 이익 및 매출 전망을 상향하면서 주가가 14.85% 급등했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다시 4%대로 떨어졌다(국채가격 상승). 4시30분 현재 미10년물 국채수익률은 4.026%로 전장보다 5.2bp(1bp=0.01%포인트) 하락하고 있다. 30년물 국채수익률도 4.6bp 내린 4.211%를 기록하고 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수익률은 전장과 동일한 4.758를 기록하고 있다.

치솟던 장기물 국채수익률이 다시 하락한 것은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신호가 시장에 흐르면서다. 이날 420억달러 규모의 3년 만기 채권 입찰은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가는 반등했다.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98센트(1.20%) 오른 배럴당 82.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의 수출이 큰폭으로 줄었지만 미 에너지정보청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요급증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여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항구를 계속 봉쇄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달러는 강세를 이어나갔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53% 상승한 102.56을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0%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69% 하락했다. 영국 FTSE 지수도 2.21%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