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회장이 뭐길래…후보는 진흙탕 싸움·회원은 ‘무관심’

by김윤정 기자
2023.01.06 06:00:00

후보간 고발·항의·비난 기자회견 등 공방 심화
변호사 3만명 대표하는 상징적 권한 부여
검찰총장·대법관·헌법재판관 등 인사 관여
일선 변호사들 반응은 싸늘 "달라질 것 없다"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자들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법적 공방까지 오가면서 선거가 네거티브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후보들간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상당수 회원 변호사들은 “정책은 묻히고 선거에 대한 관심도 떨어진다”, “변협이 업권수호를 위해 그동안 목소리를 낸 게 없다”며 싸늘한 반응이다.

김영훈(왼쪽부터) 후보, 안병희 후보, 박종흔 후보(기호순). 사진=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
변협회장 후보 기호 1번 김영훈 변호사 캠프 측은 기호 2번 안병희 후보가 과거 후배 변호사를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5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지난 2020년 제51대 변협회장 선거 당시 안병희 변호사가 투표 장소에서 채증하던 후배 변호사에게 다가와 왜 얼굴을 찍냐며 폭행을 가했다”면서 “영상을 공개하고 고소장을 정식 접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간 기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9일 김 후보의 선거 홍보물이 선거규칙을 위반했다며 고발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장을 제출했다. 홍보물에는 다른 후보에 관한 사항을 쓸 수 없는데 김 후보가 안 후보 이름을 거론하며 ‘거짓선동’, ‘날조’ 등의 표현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앞서 안 후보가 변협 집행부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대한 해명이자 역공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현재 변협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앞서 안 후보가 현 변협 집행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만든 것에 대해 변협 선관위는 안 후보에게 수정·삭제를 요구해 홍보물 일부가 공백 상태로 발송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사진=연합뉴스)
변협회장 후보자들이 정치권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날 선 공방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변협회장직이 갖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변협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다. 임기 2년 동안 회장은 국내 변호사 3만명을 대표하는 상징적 권한은 물론, 주요 법조계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구체적으로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후보 추천권을 갖는다. 특히 이번에 당선된 회장의 임기 중에 대법관 13명 중 8명의 임기가 끝난다. 새 대법관 8명을 비롯해 대법원장과 공수처장 임명 절차도 시작되는 만큼 이들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일선 변호사 징계권도 부여된다. 비위 행위를 한 변호사에 대한 비위 조사를 지시하고, 징계개시를 청구하고 징계를 집행할 수 있다. 법무부의 변호사 징계심사위원 추천권을 가져 심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는 변협회장 자리를 두고 후보간 경쟁이 뜨겁지만 정작 상당수 변호사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변협이 뭘 하는지 잘 모르겠고 의사협회처럼 삭발투쟁을 하든 변호사 수를 감축하든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데 목소리도 제대로 못 내면서 후보들끼리만 싸운다”고 비판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도 “네거티브가 오히려 변협 선거를 향한 관심을 떨어뜨린다”며 “누가 당선돼도 크게 달라질 게 없어 무의미하다. 싸움에 참여해봤자 뭐하냐”며 푸념했다.

최근 진행된 변협회장 투표율은 30~50%대에 머문다. 제47대 39%, 제48대 55%, 제50대 54%, 제51대(결선) 59%에 그쳤다.

이번 제52대 변협회장 선거는 김영훈(1번)·안병희(2번)·박종흔(3번) 변호사가 후보로 등록해 3파전으로 치러진다. 오는 13일 조기투표, 1월16일 본투표가 진행된다. 선거 운동 기한은 본투표 하루 전인 1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