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뱅크 설립 등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 모색해야”

by이성기 기자
2022.11.03 05:00:00

1조원대 지방 최대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도 무산돼
쌓이는 미분양, `3대 부동산 시장 심리지수` 역대 최저
“강원도 디폴트 이후 자금애로 확산…선 규제완화 필요”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올해 지방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눈길을 끌었던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입찰이 무산됐다. 지난 8월 열린 1차 입찰에서 무응찰로 유찰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애초 시공능력평가 업계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참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입찰 보증금 마감 기한인 전날 오후까지 두 곳 모두 입찰 보증금(300억원)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 공사비만 1조 2000억원대 규모에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 물량이 70% 수준이라 수익성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과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 밖의 결과에 `부동산 빙하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를 위해 추가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지만 시장에선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표본중개업소 설문 조사를 토대로 산출하는 KB부동산의 `3대 부동산 시장 심리지수`(매수 우위·매매거래 활발·가격 전망 지수)는 일제히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거래는 얼어붙고 미분양은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동향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9월보다 60%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856건에 그쳐 2006년 1월 통계 작성 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면 미분양은 증가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 1604가구로 전달보다 27.1% 증가했다. 2015년 11월(전월 대비 54.3% 증가) 이후 6년 10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9월 전국 미분양은 1년 전(1만 3842가구)과 비교하면 약 3배에 달한다.

역대급 기준 금리 인상 속도로 부동산 PF 시장에서 신용 경색 현상도 나타난다. 이는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향→시행사 및 중소형 건설사 부도 증가→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에 따라 ‘선 규제완화, 후 주택 공급’을 통해 시장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위원은 2일 `2023년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금리 인상과 부동산 PF사업에 대한 금융규제 강화로 개발 사업 전반에서 신용 경색이 발생한다”며 “특히 레고랜드에 대한 강원도 보증채무 디폴트 발생 이후 자본시장 전반으로 자금조달 애로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PF 시장 대출 연장 거부는 전형적인 유동성 위기로 대출이 막혀 공사 자금 확보가 어려운 건설사가 증가하고 연대보증에 따른 부도 위험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부동산 거래 시장의 정상화 없이 공급 확대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고 공공 부문 위주의 공급 확대 역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며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더불어 최근 가시화 하고있는 부동산 PF 위기 극복을 위해 `배드 뱅크`(BAD BANK·부실 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 설립 등을 통한 부실 자산의 조기 인수, 처리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