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백년대계 논의할 국가교육위에 바란다
by신하영 기자
2022.09.27 06: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결정할 국가교육위원회가 27일 출범한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때 예고됐던 법정시한(7월 21일)에서 2개월을 넘긴 지각 출범이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설치가 추진됐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의 일관성·안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회에서 의결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한다’가 국교위의 설립 목적이다.
앞으로 국교위는 국가 교육과정이나 대입·교원정책 등 주요 교육정책을 다루게 된다. 위원들의 의견 제시와 토론을 토대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10년을 주기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일도 국교위의 과제 중 하나다.
교육계는 국교위 출범에 대해 거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여·야 간 입장 차가 뚜렷한 교육정책에선 국교위가 진영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율형사립고 존폐 문제 등 그간 보수·진보 간 갈등을 겪었던 사안이 국교위에서도 그대로 위원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초대 위원장을 맡은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은 사학과 교수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차관급인 여·야 추천 몫의 상임위원 2명 역시 보수·진보 성향으로 갈린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 재보궐 선거에선 인천 서구·강화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던 인사다. 반면 민주당이 추천한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진보 인사다.
위원으로 포함된 전·현직 교육감 등 비상임위원 16명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국민의힘 추천으로 합류한 위원들은 보수성향으로,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추천으로 참여하게 된 위원들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국교위가 결정할 교육정책에서 현장성을 뒷받침해 줄 교원단체는 참여하지 못했다. 위원 추천 권한을 놓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조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합의하지 못한 탓이다. 벌써부터 정치 성향이 짙은 위원들이 국교위에서 각 정당을 대리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국교위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을 도출하기보다는 진영대결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교위는 지난해 관련 법안이 통과될 때부터 ‘정권 거수기’ 역할에 그칠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전체 위원 21명 중 11명을 대통령·여당 못으로 추천할 수 있도록 못 박아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개개의 위원들이 자신의 교육철학에 따라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 인사라도 사안에 따라선 보수적 성향을, 보수 인사라도 어떤 정책에선 진보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 추천 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정책이 무엇인지를 판단 가치로 삼으면 생각과 의견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현장과 괴리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교원·학부모·학생 등 교육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추천 기관들도 국교위 내에서 건전한 토론과 합의가 이뤄지도록 위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