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 경제자유구역으로…“원도심 다 죽는다”

by이종일 기자
2022.08.16 06:00:00

인천시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 추진 준비
유정복 인천시장 공약 이행계획 수립 중
경제자유구역 지정 검토에 전문가 우려
"내항 재개발 목적과 달라, 원도심 재생 아냐"

인천 내항 전경.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가 유정복 시장의 제물포 르네상스 공약 이행을 위해 내항 일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면 내항 주변 원도심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공약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9일 제물포르네상스기획단을 꾸리고 공약 이행계획 수립 실무작업에 돌입했다.

제물포 르네상스 공약은 해양수산부 소유의 중구 내항 부지 330만㎡(100만평) 가운데 181만㎡(55만평)의 소유권을 인천시가 매입 등으로 확보하고 일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아 항만도시로 재개발하는 것이다. 해수부의 내항 재개발 사업을 인천시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항만도시에는 아쿠아리움, 수중 레스토랑, 수상 공연장, 대형 쇼핑몰 등을 조성하는 것이 유 시장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기획단은 제물포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인천항만공사(IPA), 인천도시공사, 인천연구원 등과 협의해 사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내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하면 주변 원도심 발전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경제자유구역에 외국기업을 유치하면 해당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는 반면 인근 원도심은 상권이 약해지고 인구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전문가인 박창호 세한대 교수는 “인천시가 내항 재개발 콘셉트를 잘못 잡고 있다”며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면 원도심 재생은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자본을 유치해 인천 발전을 선도한다는 것인데 원도심 재생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자유구역은 외국기업의 경영 인프라와 외국인 정주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내항 재개발은 항만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사업인데 외국인을 위한 도시로 바꾸는 것은 목적과 맞지 않다. 시는 원도심 재생이나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의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에 담긴 5대 특화지구 위치도.


내항 재개발 사업은 해수부가 2019년 발표한 마스터플랜에 맞춰 추진하는 것인데 인천시는 원점에서 다시 계획을 수립하려고 한다. 내항 8개 부두 가운데 1·8부두 재개발은 이미 IPA가 사업자로 지정됐다. IPA는 해수부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사업계획을 수립했고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중이다.

해수부 마스터플랜은 내항의 환황해권 해양관광 중심지 육성을 비전으로 담고 원도심 상생발전, 해양관광 거점 육성 등의 전략을 수립했다. 이러한 상황에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의 계획을 새로 추진하면 해수부 등 유관기관, 내항 인근 주민, 시민단체와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김상은 ㈔내항살리기시민연합 이사장은 “해수부가 마스터플랜을 통해 내항 원도심 활성화와 해양문화·관광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게 되면 계획을 다 뜯어 고쳐야 한다”며 “유 시장은 임기(4년) 안에 아무 것도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중구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안병배 전 인천시의원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상업시설 등을 만들면 원도심은 다 죽는다. 상생발전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는 “제물포 르네상스에 대해 계획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앞으로 마스터플랜 용역을 통해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적극 검토할 것이다”며 “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서야 기업활동이 활성화되고 원도심도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IPA 등과 협의해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며 “마스터플랜은 서두르면 1~2년 안에 나온다. 매입이 필요한 땅은 인천시가 사서 직접 개발하고 IPA 등이 개발해야 할 구역도 정해 협업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