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2.05.26 05:00:00
정부가 1분기 사상 최대인 7조 78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한전이 발전회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의 도매가격(SMP)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전은 발전사들이 석유나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이용해 생산한 전력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전력을 사오는 가격이 SMP다. 그런데 최근 발전연료 값이 치솟으면서 SMP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하지만 한전은 정부 규제로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막대한 적자를 냈다. 그래서 SMP 상한을 최근 10년 평균 SMP의 1.25배 수준으로 묶어 한전의 적자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전의 부담을 발전사에 떠넘기는 미봉책일 뿐이다. 상한제의 한전 비용절감 효과는 1kwh판매당 10.4원(연 1442억원)에 불과해 올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적자폭 축소에 약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전이 망가진 큰 이유는 경영이 정치에 휘둘린 탓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에 맞춰 LNG 등 타연료 발전 비중을 확대했지만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은 급속 악화됐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놓고도 선거 등을 의식해 요금 현실화를 미룬 것 역시 부실화를 재촉했다.
전력 정책의 최대 목표는 ‘싼 가격과 안정 공급’이다. 이를 위해선 가성비 좋은 원전의 발전 비중을 높이고 원유 같은 탄소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현재로선 최적의 선택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전기료가 비싼 나라다. 한국의 3배에 이른다. 무리한 탈원전 정책 탓이다.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의존해왔던 독일이 지금 ‘에너지 안보’에 전전긍긍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한전이 보유 부동산 등을 매각, 6조원 규모의 재무개선을 추진한다지만 이 정도의 자구책으로는 역부족이다. 한전의 경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결국 전기요금을 연료비와 연동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여 전기료 결정을 정치서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상 요인이 있는데도 억누르면 한꺼번에 오를 수 있다. 정치가 경제를 더 이상 골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