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단해진 ‘동서 갈등’…갈곳 잃은 텃밭 표심, 인물론 부각
by문승관 기자
2022.04.19 06:00:00
[지선民心탐방]①40여일 앞둔 지선민심 ‘확고 vs 요동’
호남 “대선 졌으니 지선은 확실히 밀어줘야 한당께”
TK·PK “잃어버린 5년 찾고 지선승리 이어 가야지예”
‘줄세우기’ ’계파 따지기’ ‘깜깜이 공천’ 구태 여전해
[신안·무안·문경·고령·통영·창원=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7일과 8일, 14일과 15일 나흘에 걸쳐 이데일리는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경기, 인천, 대전, 충청, 전남, 경북, 경남 등을 찾아 지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선 한 달여가 지난 현재 호남권과 TK(대구·경북) 간의 ‘동서 갈등’은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5년만의 정권교체로 민주당의 정신적인 정치 중심인 전남권은 대선 패배가 오히려 지방선거에서의 압승분위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TK는 대선 승리의 연장선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확실한 승리를 예상했다. 다만 이들 지역에서 달라진 점은 ‘텃밭=당선’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 전남 신안군 압해면 건물 곳곳에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문승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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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광해수욕장 앞에는 신안군 주최로 작은 동네 행사가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장근배(66) 씨는 “이번 대선에서(더불어민주당이) 졌으니 (지방선거에선) 확실히 밀어줘야 한당께. 압승해부러야”라고 했다. 신안 압해면에서 작은 인테리어 사업을 한다는 장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통해 호남지역에선 국민의힘에게 단 한 자리도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책임보다 민주당 책임이 크다”며 “다만 그간 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 출신이 아닌 부분에 대해 호남 지역민들은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광주시당이 공개한 ‘대선 이후 광주 민심 종합 결과 보고서’ 평가와 비슷한 인식이었다.
무안에서 만난 하대준(52) 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반드시 지역현안을 확실히 해결할 능력 있는 군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양파가격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70%나 급락했는데 무안군도, 전남도도, 정부도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주군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한다고 하는 데 제대로 된 주민 수용성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군 공항 이전을 결정한다면 군민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 경북 문경시 점촌동에 걸려 있는 채홍호 국민의힘 문경시장 예비후보의 현수막 모습.(사진=문승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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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북 고령에서 건축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재근(59) 씨는 “잃어버린 5년 찾아야않겠심니꺼. 대선에서 승리했으니 지방선거도 무난하지 않나 싶슴니더. 계속 이어가야지예”라고 했다.
이 씨는 “고령만 놓고 보면 지난 5년간 바뀐 게 별로 없다”며 “5년이 정체된 그런 모습이고 삶의 질과 지역 경제는 더 안좋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경북 고령은 곽용환 현 고령군수가 3선 임기를 마치고 퇴임함에 따라 10명의 예비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상황이다. 고령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민주당 출마후보가 단 1명도 없다. 그는 “변곡점이 이번 대선이었다면 앞으로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새 군수가 그 변화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경북 문경도 고령과 비슷하다. 고윤환 문경시장이 3선연임 제한으로 불출마하면서 국민의힘 예비후보 간 공천경쟁이 치열하다. 문경시 점촌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다는 채상규(60) 씨는 “문경시민의 76%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선택했다”며 “지역민으로서 문경 좀 잘살게 해달라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다. 윤 당선인과 앞으로 새 문경시장에게 잃어버린 5년을 정리하고 문경의 경제를 되살릴 해법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통영은 전통적인 보수 표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지만 4년 전 선거에서 강석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깨졌다. 이번 통영시장 선거 역시 보수·진보 양당 후보에 무소속 후보가 가세하는 다자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높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 인근에서 ‘다찌’ 식당을 운영하는 김미옥(68) 씨는 “예전에는 통영을 일컬어 ‘부자 통영’이라고 했다. 소설가 시인 등을 다수 배출하는 등 문예도시로서도 이름이 드높았다”며 “통영시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도록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창원특례시 역시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지난 19대 대선 이후 보수정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던 곳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등으로 창원 경제가 크게 흔들렸다며 이번 대선 때에는 다시금 보수정당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창원 성산구의 한 세무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임순애(46) 씨는 “창원은 경남 전체 인구의 산업생산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도내에서 정치와 경제적 비중이 월등하다”며 “시 발전은 물론이고 주변 시·군과 공동번영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뽑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씨는 “떠나는 젊은 층을 어떻게 붙잡고 창원국가산단을 다시금 키워나갈지, SMR(소형원자로) 중심의 원전산업 육성할지, 창원 의대 설립과 디지털 혁신타운 조성 등 비전과 대안을 제시할지를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창원의 산업과 경제를 되살릴 후보와 공약을 집중해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호남이나 TK·PK 지역 모두 쇄신과 기득권 타파 등을 기대하는 밑바닥 민심과 달리 공천 과정을 둘러싼 잡음이 여전하다. ‘깜깜이’ 공천 방식, ‘계파 따지기’ 등 여전히 구태에 머물러 있다.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굳어진 탓이다. 전남 기초단체장 한 예비후보는 “전남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현역 초선 의원 5명은 물론, 재선·3선 의원들의 대리인들로 채워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자기 사람 심기를 넘어 ‘줄 세우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문경의 국민의힘 소속 한 예비후보도 “문경은 지역을 양분하는 두 정치 세력이 있는데 현 문경시장의 3선 연임제한으로 불출마하면서 두 세력의 기득권 행사가 강하다”며 “대구·경북에는 ‘과메기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비아냥이 있는데 이래서는 당과 지역의 혁신·개혁은 요원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