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신 자초한 선관위, 투ㆍ개표 혼란 더는 용납 안된다

by논설 위원
2022.03.09 05:00:00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본투표가 오늘 실시된다. 지난 4~5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 36.93%로 드러난 국민의 선거참여 열기가 오늘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높은 투표율은 차기 정부의 정통성과 리더십에 기본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 소홀과 허술한 관리로 큰 혼란이 일어난 탓에 오늘 본투표가 불신 속에 치러지게 돼 극히 유감스럽다. 확진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소쿠리나 쇼핑백 등에 담아 들고 가 투표함에 넣게 한 선관위 조치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방역 측면에서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헌법에 규정된 비밀·직접·평등 선거 원칙에 어긋난다. 서울 은평구와 대구 수성구 등에서는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나중에 투표하러 온 사람에게 주었다. 실수였다는 선관위의 해명은 오히려 불신을 가중시켰다. 경기도 부천에서는 기표된 관외 사전투표 우편물 수만 개가 선관위 사무국장실에 임시 보관됐는데 그 방에 설치된 폐쇄회로TV 카메라가 종이로 가려져 있었음이 확인됐다.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오늘 본투표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잖아도 이번 선거는 여야 양강 후보간 초박빙의 판세여서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후보 진영간 폭로와 비방이 막판까지 계속된 그동안의 선거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유사한 일이 재발한다면 후유증은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할 것이다. 패배한 측이 불복할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의 질타를 받아 정신을 차렸다면 선관위는 본투표 관리에 한 치도 의심살 만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오늘 하루만큼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투·개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유권자의 투표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다. 단 한 표도 부실 관리가 용납될 수 없다. 본투표에서마저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키운다면 선관위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신뢰에 비난의 화살이 퍼부어지고 원성이 뒤따를 것이다. 투·개표가 매끄럽게 진행돼 이번 선거가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