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폭력 예방, 전 국민이 나서야

by신하영 기자
2022.03.07 06:30:00



[김경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전 서울교대 총장] 매년 학기 초가 되면 크고 작은 학교폭력으로 수많은 상담 전화가 걸려온다. 어떤 전화는 아무런 응답 없이 한숨소리만 들린다. 그럴 때면 발신인이 누굴까 생각하게 되는데 아마 아직 말할 준비가 안 된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이 아닐까 추측한다. 우리 재단 상담원들은 그런 전화가 걸려오면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 없는 수화기에 대고 한참을 얘기 한다. 통화를 마무리할 땐 마음의 준비가 되면 언제든 다시 전화 달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학교폭력 피해의 고통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가장 좋은 상황은 그 당시에 그 현장에서 해결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불거진 유명 운동선수·연예인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학교폭력의 상처는 가해자와 의도치 않게 마주치면서 재발된다. 학창시절에 경험한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가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레 치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은 재학 중 학교 현장에서 해결돼야 한다. 학교폭력 사건 발생 당시 가해학생의 진정 어린 사과와 반성을 통해 피해학생이 치유 받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근본적 해결책은 진심 어린 사과와 화해, 용서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 간 갈등·분쟁을 해결하고 원만하게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화해·분쟁조정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제도로 당사자 간 상호 협력적 해결을 모색, 모두가 만족하는 상생의 대안을 찾는 방법이다.

화해·분쟁조정제도는 대화의 과정에서 진심어린 사과·화해를 거쳐 진정한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당사자 모두 학교생활과 또래관계를 신속히 회복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기에 학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푸른나무재단이 2021년 실시한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역량과 학교폭력 가해경험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즉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처벌할 게 아니라, 학생 모두가 사회적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99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학교폭력 수치는 △디지털 세대의 등장 △스마트기기 보급 확대 △온라인 수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해 푸른나무재단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사이버폭력의 비중은 전년 대비 3배(5.3%→16.3%)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사회적 대응·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범부처·민간단체 간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

특히 학교폭력은 학생 개인이나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사회 전 구성원이 학교폭력 예방의 주체가 돼야 한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더는 학교폭력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이 없도록 가정·학교·사회 구분 없이 전 국민이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적극적 예방자’로 나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