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갈고 닦은 국립무용단, 해외 진출 앞장설 것"

by장병호 기자
2021.08.26 05:30:00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인터뷰
내달 2일 신작 ''다섯 오'' 발표 앞둬
역신 쫓은 처용무로 환경문제 다뤄
"임기 동안 국립무용단 해외 진출 모색"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언젠가 국립무용단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결심했는데, 막상 돌아온 뒤에는 코로나19 때문에 2년 동안 칼을 갈기만 했네요. 이제 그 칼을 휘두를 수 있게 돼 기대가 큽니다.”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취임 이후 1년 10개월여 만에 첫 안무작을 발표한다. 오는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무용단 신작 ‘다섯 오’다. 당초 지난해 9월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순연해 1년여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국립무용단 ‘다섯 오’ 연습 장면. 손인영 예술감독이 단원들의 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최근 국립극장 내 국립무용단 사무실에서 만난 손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연을 거의 하지 못해 단원들도 저도 거의 공황 상태였다”며 “그동안 단원과의 신뢰도 더 생겼고, 작품 완성도도 높아져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손 예술감독은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두루 섭렵한 안무가다. 세종대 무용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뒤 1985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해 7년간 단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떠나 현대무용을 익히고 돌아왔다. 서울예술단 무용감독,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제주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 등을 거쳐 2019년 11월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했다.

신작 ‘다섯 오’는 오방처용무, 승무, 씻김굿 등을 바탕으로 만든 ‘현대적 한국무용’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환경문제를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접목해 풀어낸 작품이다. 손 예술감독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며 작품의 주제가 더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작품은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만물에 내재한 질서와 순환하는 삶의 진리를 이야기한다. 1막과 3막에 등장하는 처용무가 작품의 주제를 잘 보여준다. 역신을 막는 처용무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손 예술감독이 ‘다섯 오’를 통해 보여줄 ‘현대적 한국무용’은 깊이 있고 부드러운 한국무용 특유의 몸짓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누구나 공감할 무용을 뜻한다. 손 예술감독은 “예술감독이 직접 안무한 작품인 만큼 단원들도 보다 더 집중력 있는 춤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사진=황필주,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부임 이후 국립무용단의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계획이 여의치 않은 상황. 이에 국립무용단은 향후 해외에 나갈만한 작품 제작에 매진할 계획이다. 오는 11월에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소재로 장영규 음악감독, 윤재원 연출이 참여하고 손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은 또 다른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를 선보인다. 내년 상반기에는 현대무용계를 대표하는 단체와 안무가인 고블린파티, 차진엽과 협업한다.

“K팝처럼 한국의 무용도 해외에서 충분히 어필할 잠재력이 있어요. 물론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죠. 남은 임기 동안 국립무용단이 해외로 보다 뻗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