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심재명 "고 노회찬 '못다 이룬 꿈', 우리가 연대해 이뤄야"
by이상원 기자
2021.07.26 06:00:00
명필름 대표 심재명, 서거 3주기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 공동 제작
"노회찬 정신, 권력에 맞선 투쟁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평등하고 공정한 삶`"
고인의 꿈 요원, 불공정·불평등 시대 여전히 유효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지금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분, 그래서 더욱 그리운 분이 아닐까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고(故) 노회찬 의원의 ‘꿈’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 심 대표는 약자를 위한 삶의 태도를 마지막까지 굳게 지키고자 했던 노 의원의 정신을 다큐멘터리에서 펼치고자 했다. 단지 권력에 맞선 투쟁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들의 ‘평등하고 공정한 삶’을 위한 그의 꿈을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에 담았다.
| 22일 경기 파주시 명필름 아트센터에서 만난 심재명 대표는 “권력에 맞선 투쟁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들의 ‘평등하고 공정한 삶’을 위한 고 노회찬 의원의 꿈을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에 담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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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은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강남구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운행하는 버스 번호다.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6411번 버스를 언급하며 노 의원과 6411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매일 새벽 4시 50·60대 청소부 아주머니들의 출근길 발이 된 6411번 버스에서 따온 이 숫자는 노 의원과 노동자들을 이어주며 진보정치를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
다큐멘터리에는 인천 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시절 함께 진보정치에 힘썼던 노동자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정미 전 의원·조승수 전 의원을 비롯해 당시 고인과 일거수 일투족을 동행했던 수행 보좌관 등 `6411 정신`의 길을 함께 걸었던 약 30여명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심 대표는 “노회찬의 꿈은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라면서 “지금 회자되고 있는 차별 금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자, 소수자, 노동자, 여성 등 약자로 표현되는 사람들이 공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그와 더불어 연대하는 사람들이 함께 이루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제작 처음부터 끝까지 `노회찬들`이 참여했다. 노회찬 재단은 6411명의 후원자들을 모집했다. 영화 전문 투자사나 배급사에서 투자를 일절 받지 않았다.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 프로젝트`라는 지원 사업에 선정돼 1억원을 지원 받았고 나머지 제작비는 후원자를 모집해 마련했다. 당초 목표했던 6411명을 넘어 고인을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일반 시민 9500여명이 후원에 동참했다.
통상 제작기간 2~3년에 비해 1년 조금 넘는 `짧지만 굵은` 제작 기간을 거쳤다. 서거 3주기인 탈상(脫喪)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을 잘 보내드리기 위한 의미와 그의 이야기를 다 확인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지난해 12월 초 시작해 올해 7월 초까지 인터뷰를 마치고 촬영과 편집이 동시에 이뤄졌다. 현재 막바지 편집과 음악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1980년대 초반 용접공으로 노동 현장에 뛰어들 때부터 삶을 마칠 때까지 고인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노동가로서의 삶 이후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도 그대로 담겨 있다. 출마와 낙선, 재선의 이야기를 비롯해 삼성그룹과 정치권·검찰 사이의 관계를 폭로한 `삼성 X파일 사건`, 서울 시장선거 출마와 이후 정의당 원내대표 시절 이야기까지. 그가 걸어온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죽음 역시 미화하고자 하지 않았다.
심 대표는 “`불일치에 대한 수치심`을 얘기하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지만 그것이 결국엔 그저 슬프고, 한 훌륭한 정치인의 죽음 자체를 감상적으로 보지 않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의원과)인민노련에서 함께 일했던 최봉근 선생님께서 `노 의원은 하고자 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항상 같고 자 한 사람`이란 말이 가장 와 닿았다”며 “노 의원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의 죽음조차도 본인 신념의 불일치가 부끄러워 그런 안타까운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노회찬 6411`이 모든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가 바랐던 공정한 삶은 아직 우리 곁에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지금 사회가 불공평하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030세대라고 생각한다”며 “세대 간의 혐오나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그가 추구한 삶의 지향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또 “그와 함께 같은 시기를 보냈던 `586 세대`는 함께 이뤄냈던 1987년 민주항쟁이나 진보정당의 변화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치열했던 젊은 시절의 기억들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수 지지자들은)이 다큐멘터리가 노 의원의 삶을 미화하거나 감상적인 측면, 소위 `감성팔이`로 사람들에게 소구한다고 할 테지만 그런 영화가 아니다”면서 “그의 죽음을 마냥 슬퍼하지 않고 그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공동제작한 최낙용 시네마6411대표도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시점에서도 매우 유의미하다”며 “분명 존재하지만 호명받지 못하는 사람들 덕에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데, 그 존재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2021년이다. 고인이 꿈꿨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가지 못하고 실현시키지 못한 미래의 비전을 모든 세대가 함께 나누기에 지금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여전히 이념 갈등이 존재하고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경제·사회적 몫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두의 공정한 삶을 위해 노력했던 그의 존재가 최근에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면서 더 강하게 요구된다”며 “많은 분들이 보고 다시 한번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것들, 나눠야 할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노회찬 재단은 지난 17일부터 28일까지 제작 후원에 동참해 준 `6411서포터즈` 시민들을 상대로 추모 상영제를 진행하고 있다. `노회찬6411`은 오는 9월 개봉 예정이다.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 영화관에서 열린 추모상영제. (사진=노회찬 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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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심 대표와의 일문일답.
△ 우리나라는 왜 특별히 정치인을 다룬 영화는 많이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많았지만 그 외 다른 어떤 정치인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후 노회찬 재단에 먼저 연락을 드렸더니 그전에 한 두 번 제안은 있었지만, 그 후에 진행이 구체화된 적은 없어 이번 기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게 됐다.
△영화계에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다’라고 얘기하는데 평소 진보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노회찬 의원이 가장 진보의 상징적 인물이 아닌가 싶다. 사실 서거 3년만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 굉장히 빠르고 이례적이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시점에서 노 의원의 그의 삶과 정치 행보, 죽음까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 그의 노동가 면모에서다. 용접공으로 시작해서 노동현장에 뛰어들고 1987년 이후 진보정치가 돼야겠다며 진보정당의 창당과 변화를 주도하고 앞서가지 않았나. 그런 그의 모습이 귀감이 됐다. 그분이 항상 얘기했던 ‘6411버스’, ‘투명인간’처럼 우리 사회의 약자. 소외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저 그런 생색내기가 아닌 곁에 있어 주고 함께 싸운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
△ 불의에 맞서 싸운다는 정도가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신념과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졌던 그런 사람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삼성X파일 사건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을 정면으로 맞서 싸운 사건은 거의 없었지 않았나.
이번 다큐멘터리 마지막에도 함께 인민노련에서 일했던 최봉근 선생이 한 말이 있다. “(노 의원은) 하고자 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항상 같고 자 한 사람”, “생각한 것과 행동한 것이 같고자 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굉장히 와닿다. 그 말이 곧 노회찬 의원을 가장 표현하는 말인 것 같다. 굉장한 휴머니스트였다고 생각한다. 진실로 행동하는 정치인이었다.
△ 노회찬의 꿈과 삶 그리고 그의 정치 철학을 전달하고 싶다. 노회찬의 꿈은 평등과 공정한 삶이다. 말그래도 모든 사람이 행복한 그런 사회다. 국회의원 활동 때 지금 회자되고 있는 ‘차별금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우리 사회의 약자, 소수자, 노동자, 여성 약자로 표현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계속 끝까지 견지했다. 이것이 노회찬의 꿈이자 6411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 1980년대 초반 용접공으로서 노동현장에 뛰어들 때부터 마지막 죽음까지 다루고 있다. 노의 원이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지 함께 했던 분들의 생생한 육성과 증언을 통해 노회찬의 모습을 그렸다. 또한 정치인으로 거듭난 이후부터 그의 행보도 담았다.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정의당 이야기도 포함됐으며 그 사이에 국회의원 출마와 낙선과 재선과 서울시장 선거 시절의 이야기도 있다.
‘노무현입니다’의 경우 지지율 2%에서 결국 경선에서 승리하는 정치인 노무현의 드라마틱한 삶을 담았다면 ‘노회찬6411’은 수십 년에 걸친 노회찬의 삶을 꿰뚫으면서 수십 년의 진보 정치가로서의 모습을 연대기 순으로 있는 그대로 나열했다. 그의 대중적인 화법 촌철살인의 말들이나 유머도 그대로 제시되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웃을 수도 있고 또 그의 신념이나 죽음 때문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 거대 여당이 사실 굉장히 보수적이다. 여러 가지 노동문제도 그렇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 보아도 그렇다. 분명 이 상황에서 영향력 있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셨을까. 지금 대선에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정치공약과 비전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윤석열 전 총장의 ‘120시간 노동’ 발언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정치인으로서 훈련하고 공부하는 물리적 시간과 깊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준비된 정치인. 우리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고 의지하고 궁금하게 하는 그런 정치인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노 의원은 지금 더 필요한 분. 지금 더 그리운 분이다.
|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 영화관에서 열린 추모상영제. 고인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와 책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노회찬 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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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의원과 뜻을 같이했던 5060세대에게는 (노 의원의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확인이 될 것이다. 1987년 민주항쟁이나 그 이후 진보정당의 변화를 보면서 시위 현장에서 민주화와 노동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모습을 지켜보면서 치열했던 젊은 시절의 기억들을 상기하고 확인하는 그런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보수 지지자들은 노 의원의 죽음 가지고 감성팔이 한다고 하지 않겠나. 그러나 결국은 이 다큐멘터리는 노 의원의 삶을 미화하거나 감상적인 측면에서 소구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의 죽음을 마냥 슬퍼하지 않고 그의 죽음을 어떤 의미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또 지금 세상이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030세대라고 생각한다. 세대 간의 혐오나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큰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노 의원이 꿈꿨던 공정과 평등한 삶의 지향에 2030세대 또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