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수사 체제 가동한 공수처…산으로 가는 '검찰 개혁 결정판'
by하상렬 기자
2021.04.23 05:55:00
검사 13명·수사관 20명 뽑으며 목표 절반 겨우 넘겨
수사 경험 부족·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사천 논란''까지
끊임없는 각종 ''특혜'' 의혹…바닥 보이는 ''공정성''
檢, 공수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수사 착수까지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3개월 만에 수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여러 잡음으로 수사 개시는 커녕 오합지졸의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당초 목표로 한 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 ‘반쪽 짜리’ 수사 체제, ‘이성윤 황제 조사’·‘비서 특채’ 논란에 이어 이 지검장 특혜 조사와 관련한 허위 보도자료 작성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공수처의 정상 가동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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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19일부로 검사 및 수사관 임명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수사 체제에 돌입했지만, 당초 목표로 한 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 ‘반쪽 짜리’ 수사 체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검사는 정원 23명(부장검사 4명, 평검사 19명) 중 단 13명(부장검사 2명, 평검사 11명), 수사관은 기존 검찰 파견 인원 10명을 제외한 정원 30명 중 20명 선발에 그쳤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원 미달뿐 아니라 임명된 검사들의 수사 경험 부족에도 우려감은 높다. 이미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상황이다. 이에 공수처는 검찰 출신 인사를 최대한 뽑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검찰 출신은 4명에 불과했다.
김 처장은 지난 19일 출근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나오는 13명이 세상을 바꿨다”며 “13명이면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우려 불식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수 수사 경험을 가진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맡게 되는 고위공직자 부패 범죄는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한데, 공수처 검사는 작은 지방검찰청 형사부 수준”이라며 “외압이라는 것은 명찰을 달고 오지 않아, 외압이 와도 이게 외압인지 아닌지 잘 모를 수 있다. 외압을 인지했어도 이것을 견디는 것이 매우 힘든데, 공수처는 이 같은 인식이 없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 인사위원회와 자문위원회 자체가 제 역할을 못한 결과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처·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수사팀에 정말 유능한 전·현직 검찰을 ‘삼고초려’해 영입했어야 했다”면서 “검사 인선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자문위원이라도 국민이 보기에 신뢰할 만한 인물을 위촉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수사 역량뿐만 아니라 일부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숙정 검사는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고, 남편은 표 전 의원의 경찰대 시절 제자로 알려졌다. 또 김 검사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당 전·현직 의원들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공수처가 얽혀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김 처장을 추천하면서 공수처 출범에 힘을 실어 줬다. 하지만 이 전 협회장은 이후에도 계속 공수처에 특정 인물들을 추천하며 사천(私薦)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전 협회장이 김 처장에 이어 추천한 여 차장은 이 전 협회장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이 전 협회장이 변협 회장 시절 이사직을 수행한 인물이다. 허윤 검사는 이 전 협회장의 수석 대변인 출신이고, 김 처장의 5급 비서관도 이 전 협회장 추천이다. 해당 비서관은 ‘특채’ 논란에 휩싸였다.
공수처는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한 ‘황제 조사’로 스스로 공정성과 신뢰에 깊은 흠집을 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공수처는 이 같은 논란에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공정성 논란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수처는 이 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낸 보도자료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황제 조사’ 논란 당시 공수처는 “청사 출입 가능한 관용차 2대 중 2호차는 체포 피의자 호송용으로 뒷좌석 문이 안 열리는 차량이라 이용할 수 없었다”며 이 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한 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2호차가 호송용 개조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이라는 반박이 나왔고, 시민단체는 김 처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수원지검은 최근 문상호 공수처 대변인 등 사건 주요 참고인들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이번 사건의 최고 책임자인 김 처장 등에 대한 소환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한 원로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의 숙원인 검찰 개혁의 ‘결정판’ 공수처가 법 개정을 하면서까지 어렵게 출범했지만, 각종 논란을 자초해 스스로 무게감을 낮추고 있다”면서 “검찰 개혁 핵심은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인데, 검찰에 본보기를 보여 주기는 커녕 갈수록 국민들에게 불신만 안겨주고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